<디 워>의 미국 흥행 성적에 대해 예측을 한번 해봤습니다. 듀게에 썼던 글인데, 원래는 한번 쓰고 잊어버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많진 않으시겠지만 여기 오시는 분들께 보여드리고 싶더라고요. 개봉 날짜가 다가올수록 긴장이 고조된다고나 할까... 그리고 내기를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진중권 샘 말대로 영화의 흥행 결과를 예측하는 건 할 필요도 없는 어리석은 짓이지만 한번 걸어봅시다. 만약 제가 생각한 것보다 <디 워>의 흥행 성적이 높으면 예측에 실패한 댓가로 <디 워>를 보러 가겠습니다. 저는 <디 워>가 미국에서 개봉 첫주에 박스오피스 7위~9위를 차지하고, 흥행 수익은 3백만 달러에서 5백만 달러가 되리라고 예상합니다(그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고요). 드문 일이지만 첫주 흥행 순위는 박스오피스 7위~9위였는데 흥행 수익이 5백만 달러를 넘는다거나, 첫주 흥행 수익은 3백만 달러에서 5백만 달러였는데 박스오피스는 6위 이상이라면 그때는 제가 진 걸로 하겠습니다. 일단 첫주 성적만 갖고 걸게요. 그리고 5백만 달러라는 말이 애매하게 들릴 수도 있으니 550만 달러라고 하겠습니다.
제가 내다본 것보다 흥행 성적이 낮게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으니 만약 흥행 성적이 제가 예상한 것보다 낮은 경우에는 제가 굳이 <디 워>를 보러 갈 필요는 없는 겁니다?



디 워의 미국 흥행 성적 예측

한 영화가 흥행하느냐, 흥행하지 않느냐의 여부에는 변수가 많고, 흥행성적을 예측하는 것은 일기예보나 다름 없는 것 같습니다. 정확한 방법, 추측을 뒷받침하는 풍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한 이런 류의 예측에는 큰 의미가 없어서 맞아도 자랑할만한 게 못되고, 틀려도 그냥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을 것(물론 그쪽 계통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같습니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한 포털사이트에서 디 워가 미국에서 1억 달러를 벌어들일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봤는데, <디 워>가 미국에서 흥행에 크게 성공할 거라는 어떤 확신이(비록 며칠이나 갈지 모르겠지만) 횡행하는 판에 제가 이 영화가 미국에서 흥행에 실패할 거라는 예측을 좀 한다고 해서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것 같지는 않네요. 다만 제가 이런 예측을 하는 몇 가지 근거를 내놓고 싶은데, 그래야 맞든 틀리든 뭔가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이번 주 미국 박스오피스 성적입니다. 출처는 yahoo! Movies(http://movies.yahoo.co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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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번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는 <3:10 to Yuma>이고 개봉한 지 첫주에 박스오피스 1위로 올라섰습니다. 천 4백 십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2위는 <할로윈>입니다. 개봉 2주차이며 이번주 수입은 천만하고도 3만 4천 달러입니다.
<트랜스포머> 등의 블록버스터들이 개봉 첫주부터 엄청난 흥행성적을 냈던 데 비해 이 영화들은 천만 달러의 비교적 적은 흥행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금 미국 극장가가 비수기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개봉하는 영화들도 액션 블록버스터보다는 코미디나 예술영화같이 작은 영화 쪽에 더 치우쳐 있어요. 이런 시기에 한 주 천만 달러 선의 흥행 성적을 올리면 박스오피스 2위 혹은 1위를 차지하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디 워>와 같은 주에 개봉할 <브레이브 원>이나 그 다음주에 개봉할 <레지던트 이블 : 익스팅션>이 어느 정도 흥행 성적을 낼지 모르겠지만 당분간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 현실적으로 따져봤을 때 <디 워>가 첫주 천만 달러의 수입을 올린다면 최대한의 성과를 올린 셈입니다. 비수기 극장가에서 개봉 영화의 낙폭이 어느 정도 되는지 구체적인 자료는 없지만, <디 워>가 미국에서 첫 주에 최대한의 성적을 낸다고 해도 그것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보기엔 <디 워>가 개봉 첫 주에 천만달러를 벌 수 있다면 최종 성적을 2천만 달러에서 2천 5백만 달러 사이로 계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디 워>가 과연 개봉 첫주 천만 달러의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요? 그게 제가 보기엔 만만치 않습니다.

먼저 <디 워>의 극장 수인데, 2천개 극장이라면 그렇게 많은 수가 아닙니다. 야후의 박스오피스에 나온 극장 수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금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있는 영화들 중에서 극장 수가 제일 많은 것은 <할로윈>으로 3475개입니다. <디 워>가 2천개라도 훨씬 모자라는 숫자죠. 지금 박스오피스 7위 이내에 머물러 있는 극장 중에서 <디 워>의 2천개보다 적은 수의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없습니다. <디 워>의 흥행 가능성을 낮게 잡을 수밖에 없는 이유죠. 박스오피스 7위 이내의 영화 중 가장 극장 수가 적은 영화가 이번 주 박스오피스 6위로 데뷔한 <슛 뎀 업>입니다. 2108개죠. 극장 수로만 보면 <디 워>는 박스오피스에서 선전하기에는 모자랍니다.
물론 예전의 <보랏>처럼 천개 수준의 적은 극장에서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로 올라선 영화도 있었지만 그거야 영화가 받쳐줄 때 가능한 얘기고, <디 워>에서 그런 저력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자세히 얘기하려면 영화의 '재미'에 대해서 얘기해야 되겠지만 여기서는 피하려 합니다).

극장 수가 적은 게 단점이라면 반대로 <디 워>의 흥행 요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미국 현지 배우들을 출연시켜서 언어의 장벽이 없는 것? <디 워>가 자막이 없다는 점은 뉴욕타임즈의 기사 두 개에서도 각각 지적했듯이 미국 관객들에게 메리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미국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드는 영화 중에서 비영어권 영화가 없습니다. 즉, 자막이 없는 것은 다른 경쟁작들도 다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그러니 이것으로 <디 워>의 흥행을 낙관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디 워>에는 스타가 없습니다. <그루지>에 출연했던 제이슨 베어가 나온다고 하지만, 그는 엄밀히 말하면 아직 스타가 아닙니다. 비유하자면 미국 관객들에게 <디 워>는 한국 관객들에게 (언급하게 되어서 죄송합니다만) <친구>의 정운택이나 <살인의 추억>의 박노식이 원톱으로 출연하는 영화나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IMDB에는 <디 워>를 포함하여 9월 15일에 개봉하는 영화 12편과 9월 21일에 개봉하는 영화 6편의 정보가 나와 있는데(21일 개봉작 정보는 더 추가되겠지요) 간략하게 살펴보면 9월 15일 개봉하는 영화의 주연배우들은 각각 나오미 와츠, 비고 모르텐슨, 리차드 기어, 조디 포스터, 빌리 밥 손튼, 숀 윌리엄 스콧, 에반 레이첼 우드, 토미 리 존스, 샤를리즈 테론, 키라 나이틀리, 대니얼 래드클리프 등이고 9월 21일 개봉하는 영화의 주연배우들은 밀라 조보비치, 알리 라터, 제시카 알바, 아만다 바인즈, 브래드 피트, 빈스 본, 캐시 베이커 등입니다. 이 중에서 제이슨 베어보다 이름값이 떨어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즉, 스타성에서 <디 워>는 다른 영화들에 비해 훨씬 뒤져 있는 셈입니다.

게다가 <디 워>의 홍보는 지지부진한 수준입니다. 영화 시작하기 하루 전에야 시사회가 잡혀 있으며 배급사인 프리스타일에서는 영화에 대한 인터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프리스타일이나 소니는 <디 워>를 극장보다는 비디오 렌탈 시장에서 더 먹힐 영화라고 보고 배팅했을 가능성도 큽니다. 우리나라에서 과거 비디오 시장이 아직 활발했을 때 몇몇 영화들이 극장에 며칠 걸어놓고 비디오로 출시하던 것처럼요. 그러면 가격이 올랐죠.
어떤 사람들은 <디 워>가 동양의 용과 이무기를 소재로 한 것이 장점이고 그게 미국인들에게도 잘 먹힐 거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쪽 동네에서도 용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많습니다. 그리고 한국적인 소재, 한국의 전설이라? <레이디 인 더 워터>가 '한국의 전설'을 소재로 해서 흥행했다는 이야기를 저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소재는 영화의 흥행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인들이 리뷰를 보고 영화를 고르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나오고 있는 미국 현지 리뷰는 악평 일색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디 워>는 좋든 싫든 이미 개봉한 <3:10 to Yuma>, <할로윈>, <수퍼 배드>, 그리고 다음 주에 개봉할 <브레이브 원>, <미스터 우드콕> 등과 경쟁을 해야 합니다. 그 외에 개봉한지 여러 주가 지난 <본 얼티메이텀>, <러시아워 3>도 아직 박스오피스에 머물러 있습니다. <디 워>가 이 영화들을 이길 수 있을까요?

제가 예상하기로는 <디 워>의 박스오피스 순위는 개봉 첫주 7~9위 선, 첫주 흥행성적은 3백만 달러에서 5백만 달러 정도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예측했을 때 박스오피스 10위 안에는 1주 정도 머무를 수 있을 것이며 최종 흥행수입은 1천만 달러가 못미치는 수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괴물의 2백만 달러만 넘긴다면 설레발치기 좋아하는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디 워> 개봉 첫주만에 미국 개봉 한국영화사상 최대 수입 달성' 이런 기사를 낼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몇몇 광적인 <디 워>의 팬들은 이런 성적에 실망하기 보다 <디 워>가 미국에서 2천개나 되는 극장에서 개봉한 것 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콧대 높이며 넘어갈 것 같습니다. 인간의 망각과 자기합리화 정신은 생각보다 더 대단하더라고요. 충무로 나쁜 놈들이라고 입에 거품 물던 게 언젠데 심형래가 몇마디 했다고 벌써 언제 심형래가 충무로보고 뭐라고 했느냐 그러데요. 하긴 황빠들은 더 심했죠.

<디 워>가 미국에서 어떤 성적을 내든, 심형래는 다음 영화를 만들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심형래가 제작만 하고 감독이나 각본은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는데, 제가 보기엔 심형래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겁니다. 그건 심형래라는 사람이 지금까지 세상에 내걸었던 명분, 그리고 자기 야망과 허영(혹은 자부심)을 한꺼번에 버리는 일이니까요. <피시 워>든(네이버에서 누가 이 영화 이름을 잉 워나 붕 워로 지어야 된다고 그러던데 웃겼습니다. 오늘의 베스트 유머...) <라스트 갓파더>든 나오겠죠. 그리고 그런 영화들이 영화적인 측면에서 발전할 거라고 저는 믿지 않습니다. 남는 것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낚시질 뿐이겠죠. 문제는 그렇게 만든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고(관객들이 기꺼이 다시 낚여준다면 모르되), 만약 망한다면 한국영화계의 어디가 흔들려도 흔들릴 겁니다.

참고로 imdb에 실린 간략한 개봉예정작 정보를 올립니다. <디 워>는 빼놓았는데, imdb에는 여전히 와이드릴리즈가 아닌 Limited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9월 15일


Eastern Promises 

Director: David Cronenberg
Stars: Naomi Watts, Viggo Mortensen


The Hunting Party 

Director: Richard Shepard
Stars: Richard Gere, Terrence Howard


The Brave One  

Director: Neil Jordan
Stars: Jodie Foster, Terrence Howard


Mr. Woodcock 

Director: Craig Gillespie
Stars: Billy Bob Thornton, Seann William Scott


Across the Universe 

Director: Julie Taymor
Stars: Evan Rachel Wood, Jim Sturgess


In the Valley of Elah [limited] 

Director: Paul Haggis
Stars: Tommy Lee Jones, Charlize Theron


Silk [limited] 

Director: Francois Girard
Stars: Michael Pitt, Keira Knightley


December Boys [limited] 

Director: Rod Hardy
Stars: Daniel Radcliffe, Teresa Palmer



9월 21일

Resident Evil: Extinction 

Director: Russell Mulcahy
Stars: Milla Jovovich, Ali Larter


Good Luck Chuck  

Director: Mark Helfrich
Stars: Dane Cook, Jessica Alba


Sydney White 

Director: Joe Nussbaum
Stars: Amanda Bynes


The Assassination of Jesse James by the Coward Robert Ford [limited]  

Director: Andrew Dominik
Stars: Brad Pitt, Casey Affleck


Into the Wild 

Director: Sean Penn
Stars: Emile Hirsch, Vince Vaughn


The Jane Austen Book Club [limited] 

Director: Robin Swicord
Stars: Kathy Baker, Hugh Da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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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olver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