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전 Z
맥스 브룩스 지음, 박산호 옮김
황금가지, 2008
<세계 대전 Z>는 '좀비 전쟁' 이후 작성된 '전투 후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는 좀비 전쟁을 겪은 세계 각국 사람들의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름만 보고서일 뿐 저자의 견해조차 나와 있지 않으며(그 점에 대한 견해는 서론에 정리되어 있다), 독자들은 좀비 대전의 전개 과정을 인터뷰를 통해 추측하고 재구성해야 한다. <세계 대전 Z>는 보고서라는 이름을 빌린 소설, 그것도 전통적인 양식이 아니라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는 소설이며 마지막 부분을 이제껏 인터뷰한 생존자들 중 일부의 발언으로 다시 정리한 것은 명백히 다큐멘터리를 떠올리게 한다.
결과는? 이 소설은 좀비들이 창궐하면서 일어나는 사회의 변화를 총체적으로 그리고 있다. <세계 대전 Z>는 지금까지의 좀비 관련 작품들이 생략하고 넘어갔던 부분들까지 그려낸 굉장히 재미있는 소설이다. 특별한 깊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인간 군상이 재앙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흥미롭기 그지없다(특히 좀비가 우글거리는 아파트에서 일본 오타쿠가 빠져나오는 장면은). 다만 한국 국정원 부원장과 인터뷰하는 부분은 북한 사회의 집단주의를 너무 과대평가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아무래도 세계의 많은 나라를 다루다보니 각자 자신들에 대한 묘사가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게 소설의 재미를 깎아먹는 것은 아니고.
소설을 보면 좀비 재앙이 일어난 초기에 좀비에 물린 사람들 일부가 바다에 버려지는데, 이들은 몽땅 살아나서 밖으로 걸어나온다. 그렇게 살아난 좀비들은 물속에 있다가 들어오는 희생자를 찾기도 한다. 그러나 좀비 전설에 따르면 좀비들은 부두교 사제가 주술로 지배하는 시체로, 소금을 먹으면 사제의 지배에서 벗어나 제정신을 차린다. 다시 죽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좀비는 소금기 가득한 바다에서 움직일 수가 없다. 하긴, 이제 대중문화 안의 좀비는 더 이상 부두교의 좀비가 아니다. 좀비 이야기에서 부두교적인 요소는 거의 완벽히 제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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