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23 02:47 영화 리뷰

괴담

괴담 (怪談, 1964)

감독: 고바야시 마사키
출연: 미쿠니 렌타로, 아라타마 미치요, 키시 케이코, 나카무라 가츠오, 다키자와 오사무

 
1. 흑발
가난에 지친 사무라이에게는 윤기나는 검은 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오는, 아름답고 현숙한 아내가 있다. 사무라이는 그녀를 사랑하지만, 부에 눈이 멀어 지체높은 집안의 데릴사위로 들어간다.
그러나 얼마 안되어 사무라이는 그녀를 그리워하게 되고, 임기가 끝나자 마자 옛 아내를 찾아 돌아온다. 사무라이는 다 낡아서 쓰러져가는 집에 남아서 물레를 돌리는 그녀를 만나 재회의 기쁨을 나누지만,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사무라이 앞에 남아있는 것은 아내의 아름답고 긴 머리카락과 해골이었다.
2. 설녀
나무꾼 노인과 그의 도제인 젊은 미노키치는 심한 눈보라를 만나 오두막으로 피신하게 된다. 그러나 나무꾼 노인은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설녀에게 죽음을 당하고, 미노키치는 설녀가 노인의 피를 빨아먹는 광경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다. 설녀는 미노키치에게, 이 사실을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을 것을 약속받고 그를 살려준다.(순전히 젊고 잘생겼다는 이유 때문에!)
1년 후, 미노키치는 에도로 가던 유키라는 여인을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유키는 귀여운 아이 셋을 낳고, 10년 후 어느 날 우연히 옛 일이 생각난 미노키치는 유키에게 그날의 일을 말하고, 정체를 드러낸 유키는 홀연히 미노키치를 떠난다.
3. 귀없는 호이치
중세 일본, 헤이케 가문은 겐지 가문과의 전쟁에서 져서 멸족을 당한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비파를 잘 연주하는 젊은 맹인 승려 호이치는 헤이케 가문 귀신들의 부름을 받게 된다. 헤이케 가문의 귀신들은 밤마다 호이치에게 자신의 사적을 그린 이야기를 연주하도록 하고, 호이치는 점차 쇠약해진다. 호이치가 있는 절의 주지승도 마침내 그 사실을 알아내고, 호이치를 지키기 위해 그의 온 몸에 불경을 그린다.
그날 밤, 호이치를 찾아온 무사 귀신은 호이치를 보지 못하지만 다만, 불경을 적어놓지 않은 그의 귀만은 무사의 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는 충성을 다하기 위해 호이치의 귀를 떼어 가져가고 호이치는 목숨을 건진다.
4. 찻잔 속에서
이 [찻잔 속에서]는 액자구조의 얘기를 지니고 있다. 한 소설가가 무슨 까닭인지 완성되지 못한 소설에 결말을 덧붙이고자 한다.
소설의 줄거리는 사무라이 칸나이의 얘기로, 어느 날 그는 물을 마시려다 찻잔 속에 왠 남자의 비웃는 얼굴이 나타나는 것을 본다. 다른 잔을 써도 계속 얼굴이 나타나자, 칸나이는 홧김에 물을 마셔버린다.
그날 밤, 칸나이가 당직을 서는데 시키부 헤이나이라는 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칸나이가 자신을 모욕했다며 시비를 걸고, 다음에는 그의 부하들까지 나타난다. 그는 결국 미쳐버린다.
이것이 원래 소설의 결말이었다. 소설가가 완성한 결말은 어떤 것일까?
 
누군가 [괴담]을 가리켜, 무서워서 끝까지 보고 있을 수 없는 작품이라고 평했다는데, 그 사람, 밤에 화장실이나 제대로 가는지 의심스럽다.
[괴담]은 공포영화지만 관객들에게 공포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 괴담 속에 나타난 일본적인 것들, 일본적인 것들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인 듯 하다. 영화는 관객을 놀래키거나 공포를 주는 데 아예 관심이 없다. 대신 화면을 채우는 것은 너무나 잘 만들어진 세트들과 느리고 우아한 리듬의 일본의 옛 이야기들이다. 특히, [설녀]의 세트에서 사용된, 하늘에 새겨진 눈 무늬는 지독히 인상적이다.
두 시간 반 동안 계속된 상영시간, 관객들은 이 영화에 지쳐갔지만 그래도 틈틈이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 영화 아름답지만, 일본판 전설의 고향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이 영화를 실용적으로 즐길 수 있는 한 가지 방법: 사람들에게 '귀 없는 호이치' 얘기를 들려주라. 사무라이 귀신이 호이치를 찾아다니면서 "호이치는 없고 귀만 있으니, 이 귀라도 가져가야겠다."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옆사람의 귀를 잡아주라. 상대에 따라서 따귀 석 대쯤 맞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

- 2005. 2. 1

Posted by Wolve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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