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24 02:03 도시 전설

도시 전설

어제 12시쯤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미국의 도시 전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같은 시간에 방영할지 모르겠네요. 이 프로그램은 전설의 내용을 소개하고 그것의 연원과 진실 여부를 합리적으로 규명한 것입니다. 프로그램 내용을 정리해봤습니다.
 
1. 화장실 변기에 새끼 악어를 버렸는데 그게 뉴욕의 하수도 속에서 서식하고 있다는 전설.
 
[앨리게이터]라는 영화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그것도 악어를 하수구에 버리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하죠. 대형화된 악어라는 설정이 붙어있긴 하지만 그 영화의 아이디어가 독창적인 건 아니었군요.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이 전설의 역사는 유구해서 1930년(?) 무렵 신문에 관련 기사가 실리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실제로 하수도 시설은 카메라 달린 로봇을 통해 꼼꼼하게 조사되고 있으며 거기서 악어가 발견된 적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악어가 서식하는데 필요한 따뜻한 기후와 새끼들에게 필요한 먹잇감이 없다는군요.
 
2. 어느 부부가 베이비 시터에게 아기를 맡기고 파티에 나갔는데, 그 사이에 LSD를 흡입한 베이비 시터가 아이를 칠면조와 착각하고 오븐에 넣어버렸다는 전설.
 
이 전설은 원래 남미에서 건너왔다고 합니다. 아이를 요리해서 식탁에 올렸다는 보모에 관한 전설이 있다죠. 원래 이 전설에는 마약에 관한 내용이 없었는데, 1960년대 이후 덧붙여졌다고 하죠. 거기에 정치적인 함의가 깔려있음은 물론이죠. 어떤 버전에서는 아예 히피 보모가 등장하기도 하니까. 그러나 LSD가 강력한 마약이긴 하지만 없는 것을 보여주거나 아이를 칠면조로 착각하게 만들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환각이란 기껏해야 사물의 색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정도죠. 재미있는 증언이 나오는데 예전에 LSD를 했던 남자가 나와서 자기는 예전에 "믿음의 점프"를 해본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LSD를 하고 하버드 대학 건물 2층에서 벌거벗고 뛰어내렸다고 합니다.
전자레인지가 등장한 뒤로는 오븐이 전자레인지로 바뀌어서 나오기도 하는데, 실제로 1999년에 어린 딸을 전자레인지에 넣은 여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무슨 까닭인지는 다큐멘터리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도시 전설 연구자들은 재발현(맞나?)이라는 말을 쓰는데, 전설속의 일이 실재로 벌어지는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랍니다.
 
3. 한 신혼부부가 라스베가스의 어느 호텔에 투숙했는데, 방에서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 며칠동안 참고 지냈는데 냄새가 점점 심해지길래 호텔 관리인에게 부탁해서 뒤지기 시작했는데, 그들이 잠을 잤던 침대 매트리스 밑에서 남자 시체가 나오더라.
 
이 전설은 라스베가스라는 장소가 범죄와 결부된 도시라는 세간의 인상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여러 버전이 있지만 공통적인 것은 시체가 숨겨진 침대 위에서 부부가 그것도 모른채 잠을 잤다는 것. 냄새가 단서가 되는 것은 어느 정도 합리적입니다. 전설적인 연쇄살인범 게이시도 시체 냄새때문에 잡혔다고 하죠. 그러나 살인을 하고 시체를 숨기는데 번잡한 호텔을 선택한다는 건 신빙성이 없다는 말씀.
 
4. 환자를 죽이는 병원관리자(청소부) 이야기. 밤중에 청소를 하러 돌아다니다 진공청소기 코드를 꽂기 위해 환자의 생명유지장치 전원 코드를 빼낸다. 환자는 도움을 청하지만 청소기 소음 때문에 눈치채지 못한 병원관리자는 청소를 유유히 끝내고, 환자가 이미 죽은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생명유지장치 코드를 다시 꽂아놓고 다른 곳을 청소하기 위해 떠난다. 이런 죽음이 계속 되지만 아무도 진상을 눈치채지 못한다.
 
이 전설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한 신문에서 예전에 나온 기사라고 하는데, 가십 수준의 기사가 사실로 윤색되어 널리 퍼지게 되었다는거죠. 병원이란 곳에서는 사실 어이없는 의료사고가 자주 일어나기도 하죠. 엉뚱한 곳을 수술한 환자의 이야기들도 많고. 병원에서 환자는 자신의 생명을 남에게 맡겨야 하는데, 그들이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러 환자의 인생을 끝낼 수도 있다는데 대한 공포를 묘사한 것이 이 이야기입니다. 또 이 이야기에는 인종적 적대감도 감춰져있는데, 여러 버전의 이야기들이 있지만 병원관리자를 특정 인종(흑인)으로 설정하는 것은 이 전설의 공통적인 요소입니다. 즉 특정 인종이 장악한 사회는 혼란스러울 거라는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는 거죠.
사실 여부를 따지자면 물론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생명유지장치 코드는 그렇게 쉽게 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간호사 대 환자의 비율도 높을 뿐더러 여러 안전장치가 구비되어 있다고 하죠.
 
5. 모험을 좋아하는 한 회사원이 오지에서 돌아왔는데 갑자기 두통이 생겼다. 귀에서 피가 나기까지 해서 병원에 찾아가보니 집게벌레가 귀에 들어가 뇌에 수많은 알을 낳아놓은 뒤였다.
 
집게벌레가 습한 곳을 좋아하긴 합니다. 그러나 대개는 귀 안에서 죽고 말지, 뇌를 먹어치우는 일은 없습니다. 이야기에 따르면 귀에서 피가 나왔다고 하는데, 그 정도면 환자가 병원에 찾아와서 검사를 받을 수도 없었을 겁니다.

- 2004. 10. 13

Posted by Wolve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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