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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8/01/20 디 워의 러시아 흥행 성적 by Wolverine (2)
  5. 2008/01/18 김태용 감독님 by Wolverine (4)

꿈 (The Dream, 1990)

감독 : 배창호
출연 : 안성기, 황신혜, 정보석, 최종원


<꿈>은 좀 이상한 영화다. 이 영화는 <삼국유사>에 실린 조신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이 설화의 내용은 비참하다. 스님이 어떤 아가씨에게 반해서 그녀와 함께 도망쳤지만 심한 가난에 시달린 끝에 가정도 찢어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설화는 이 모든 것이 꿈이었으니 너희들도 인생의 무상함을 좀 깨달아 보라고 읽는 이의 기를 죽인다.
이 영화의 직접적인 원작이 된 것은 조신 설화를 각색한 춘원 이광수의 소설 <꿈>인 것 같은데, 꼼꼼하게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줄거리를 보면 설화의 내용과 주제에서 크게 벗어난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배창호 감독의 <꿈>은, 설화나 소설과 마찬가지로 정말 비참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도 극도로 탐미적이어서 영화를 보다가 이게 비참한 것인 줄을 잊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이상하다는 것이다.

<꿈>은 아름다운 영화다. <꿈>에서 특히 눈에 뜨이는 것은 여러 장면에서 자연광을 이용하여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등장 인물들은 종종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고, 빛에 의해 얼굴의 음영이 변하면서 관객들은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게 된다. 이러한 기법은 시간의 흐름을 깨닫게 할 뿐 아니라 빛과 사물의 아름다움도 보여주는데, 황신혜 같은 배우의 얼굴에 그늘이 지다가 다시 햇살이 드는 것을 보면 누구라도 아름다움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달례(황신혜)가 사랑하지도 않는 조신(안성기)에게 추적자인 모례아손(정보석)을 피해 도망치자고 말할 때, 얼굴의 반쪽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운 그녀의 얼굴은 이게 사람인지 일러스트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또, 나병에 걸린 것을 깨달은 후 남편을 떠날 때 달례는 보라색 두건을 쓰고 있는데, 그 얼굴이 아침 햇살로 붉게 빛나면... 물론 이런 기교가 과용되었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조신이 모례아손 앞에 무릎을 꿇고 그 상태에서 시간이 흐르는 장면 같은 것은 그렇다. 배창호 감독 역시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서 지금 영화를 만든다면 그 장면은 다르게 찍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이 영화에는 탁월하게 아름다운 장면이 많지만, 그 중에서 조신이 옛친구 평목(최종원)을 살해하는 장면은 어떤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아내가 다른 남자들과 바람을 피우는 상황 속에서 그 울분을 친구에게 푸는 조신의 비뚤어진 마음과, 자신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현상금이 걸려 있는 도망자라는 비참한 자기 인식이 함께 담겨 있는 장면이다. 조신이 평목의 등에 칼을 꽂으면 평목은 염색물이 담겨 있는 항아리에 고개를 박고 처참하게 죽는데, 그때 평목의 등을 보면 일부러 그렇게 한 것처럼 몸의 왼쪽만 반듯하게 물이 들어 있다. 진짜 피처럼 거무스름하지 않고 산뜻한 붉은물을 들인 것처럼 보인다. 등에 칼을 맞고 죽은 사람의 몸이 저렇게 고울 수 있을까? 카메라가 이 장면을 롱 쇼트로 잡고 있기 때문에,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은근히 아름답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달례 때문에 울분이 쌓인 조신이 술을 마시는 주막으로 카메라가 들어가기 전에 거리를 잠시 보여주는 장면은, 비가 그친 뒤에 푸르게 빛나는 거리와 가게마다 달려 있는 색등이 대조를 이루어 대단히 인상적으로 보인다.

이렇게 빛과 색의 아름다움에 취한 채 영화를 보다 보면, 결국 조신은 아내와 자식을 모두 잃고 거지가 되어 자기가 옛날에 있던 절로 돌아간다. 그는 법당의 관음보살 앞에서 울고 절하다가 힘이 다해 죽는데, 깨어나 보면 모든 것이 꿈이었음이 밝혀진다. 그런데 이 장면에는 정말 수상한 구석이 있다. 조신이 달례를 처음 볼 때의 상황을 순서대로 정리하자면,

1. 조신과 평목이 법당 앞에서 청소를 한다. 얼마 전에 심부름을 갔다가 달례를 본 평목이 달례의 외모는 "두견새가 하얀 비단에 피를 토해 놓은 것 같다"고 잡담을 한다.
2. 그들은 잡담을 하다 주지(태일)에게 들켜서 잔소리를 듣는다.
3. 불공을 드리러 온 달례에게서 고개를 돌리지 못하는 조신에게 큰스님(윤문식)이 꿀밤을 놓는다. 그 모습을 본 달례가 웃는다. 이 일은 법당 앞에서 일어난다.
4. 다음 날 새벽, 조신은 관음보살 앞에서 하루만이라도 그녀와 연분을 맺게 해 달라고 울며 기원한다.

모든 것이 꿈으로 밝혀진 후에는,
1. 조신은 관음보살 앞에서 깨어난다.
2. 조신은 평목이 법당 앞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반가워 한다.
3. 법당에서 나오던 조신은 큰스님에게 꿀밤을 살짝 얻어맞는다.
4. 달례 일행이 절에서 돌아간다.
5. 떠나는 달례 일행을 바라보던 조신에게 평목이 달례는 아무리 봐도 "두견새가 하얀 비단에 피를 토해 놓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여러 가지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잘은 모르지만 불공을 하루에 다 드리는 것이 아니라 며칠씩 나눠서 드리는 것일 수도 있고, 혹은 불공을 드린 다음 날 달례 일행이 우연히 나들이 삼아 절에 다녀갔을 수도 있다. 그리고 승려들의 일과는 비슷하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조신이 달례를 처음 만나는 장면과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서로 다르면서도 뭔가 되풀이된다는 느낌이 있다. 즉, 영화는 마치 조신이 꿈을 꾼 다음이 아니라 꿈을 꾸기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왜 조신은 그 무서운 꿈을 꾼 뒤에도 달례를 다시 보아야 하는가?
배창호 감독은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 마지막 장면에서의 조신의 표정을 쓸쓸한 표정이라고 했다. 조신은 달래 일행의 뒷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돌아가는데, 그때의 미묘한 표정은 쓸쓸한 표정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씁쓸한 표정으로 보이기도 한다. 감독의 의도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해석하자면, 혹시 조신은 절을 떠나는 달례를 보면서 인생의 덧없음을 곱씹는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달례를 꿈에서처럼 비참하지 않게 차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 것 아닐까? 물론 지나친 해석일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영화가 이야기하는 것은 인생의 덧없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꿈>은 번뇌와 인연이라는 게 얼마나 끊기 어려운 것인지, 인생의 허망함을 깨달았다고 한들 인간이 그에 대한 미련을 벗어던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묻고 있는 것 같다. <꿈>이 유달리 탐미적인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배창호 감독의 태도이자, 관객들이 조신의 미련과 번뇌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장치 아닐까?

자, 네가 바라던 대로 처음으로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너는 다시 그 길로 가게 될 것이니 이를 어찌하면 좋겠느냐?


추신

죽은 평목의 귀신이 살아 생전의 모습으로 나타나 조신에게 아들에게 불길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일러주고는 떠난다. 아주 온화하고 점잖게. 배창호 감독은 귀신이라고 흉하고 이상하게 그리고 싶진 않았다고 말했고, 나는 이걸 보면서 귀신이 멀쩡한 사람처럼 나오는 작품이 있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신과 달례가 방 안에 있을 때 평목의 귀신이 그를 부르는데, 그때 달례를 가만히 보면 그녀도 평목의 목소리를 들은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모례아손으로부터 도망친 뒤에 농사를 짓기 시작한 조신과 달례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기근 때문일 텐데, 이 영화는 그것을 말로 설명하는 대신 버려진 노파가 까마귀가 우글거리는 바위산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으로 보여준다. <글로리아>를 보면서 느낀 것이기도 한데,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고도 관객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된다.


* 31일 아트시네마로 <택시 드라이버>를 보러 갔는데 배창호 감독님이 오셨길래 여쭤봤더니, 조신이 꿈에서 깨어났을 때 태수 일행은 절에서 하룻밤을 묵고 돌아가던 길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영화의 시간적인 순서는 바르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여쭤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그때는 잘 생각나지 않아서 영화가 너무 아름다웠다는 얘기만 하다 말았습니다. 감독님 또 오시면 여쭤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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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 (The Mist)

감독 : 프랭크 다라본트
출연 : 토마스 제인, 로리 홀든, 마샤 게이 하든


<미스트>를 보고 나오는 길에 같은 영화를 본 누군가가 '이런 허망한 영화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다'고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제 생각과는 다르지만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갑니다. 사람들이 극장에 와서 보고 싶어하는 건 이런 비통한 영화는 아닐 테지요. 그래도 저는 이 영화가 근래 개봉작 중에서 가장 통렬한 결말을 지닌, 대단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미스트>를 되짚어 생각하면서 놀라는 것은, 이 영화가 정말 풍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안개 때문에 마트에 갇힌 뒤 그 안개 속에 괴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 그 뒤로 마트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사건들은 진부한 해석일지도 모르지만 9/11 이후 바깥 세계가 자신들에게 적대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 미국인들의 공포와 히스테리를 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스티븐 킹의 원작은 언제 출간되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미국의 이야기일까요? 거짓말 부문에 있어서는 혀를 내두를만한 대통령이 탄생한 대한민국에서 2008년을 보낼 저에게도 이 영화는 낯설어보이지 않았습니다. 신문 지상을 통해 불쑥 불쑥 나오는 몇 가지 이야기들은 이 사회가 사람들이 편안하게 자신의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름값 인상이나 지구 온난화 같은, 우리가 기반하고 있는 문명과 환경의 불안정함을 보여주는 불길한 징조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만난 택시 기사 아저씨는 금값이 계속 오르는 건 정말 심각한 현상이라고 한탄하시던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안개가 자욱히 낀 <미스트>의 세계와 같이 위험하며 불확실해 보입니다. 그 안에 과연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갇힌 우리들이 어떻게 해야 계속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회적인 맥락을 떠나서, <미스트>의 마트 안에서 벌어지는 광신자 카모디 부인과 드라이튼 등의 대결은 인류 역사의 한 주제였던 광기와 이성의 오랜 투쟁을 생각하게 합니다. 광기는 어떻게 사람들에게 퍼져 나가는가? 광기가 어떻게 이성을 누르고 득세하게 되는가? 그런 이야기가 <미스트> 중반부의 주제가 됩니다. 특히 카모디 부인(마샤 게이 하든)은 안개는 신의 징벌이라고 말한 것에서 시작하여 인류의 달 착륙이나 줄기세포, 낙태 같은 일들이 신의 노여움을 불렀다고 말하는 장면이 놀라웠는데, 보통의 SF 영화에서 누군가 사건이 크게 번진 뒤에 반성한답시고 인류의 어리석음과 오만 운운하면 유치해 보이지만 <미스트>에서는 이야기의 맥락도 다르거니와 그게 카모디 부인이 보여주는 광기의 절정을 이뤄서 정말 대단하게 보입니다.

<미스트>는 또한 인간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자신들로서는 필연적인, 최선의 선택을 하더라도 그게 반드시 최선의 결과로 이어질 수는 없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최악이 되기도 하겠지요. 마치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인간은 자신의 앞날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미스트>의 주인공 드레이튼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고, 그의 마지막 선택도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최악이었으며 그 선택은 앞으로 남은 그의 삶마저 찢어버릴 것입니다. 그게 불확실성에 갇힌 인간이라는 존재의 한계인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찢겨 나가는 인간의 모습도 그렇거니와, 제일 어리석은 선택을 했던 사람이 가장 최선의 결과를 얻었다는 사실(군용 트럭 위에 타고 있던 생존자 중의 한 사람은 8살 된 아이가 있다며 안개가 처음 끼었을 때 마트를 당당히 걸어나갔던 젊은 여자였죠)은 아이러니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스타일 면에서 <미스트>에서 재미있었던 부분은 간간이 이용되는 헨드헬드 카메라와 줌인이었습니다. 다시 확인을 해야겠지만 안개가 끼기 전까지 마트에 모인 사람들을 보여줄 때 이런 기법이 자주 사용되는 것 같은데, 다른 재난 영화와는 달리 막상 괴물이 마트를 공격할 때는 이런 기법이 쓰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건 특기할만한 점으로 보입니다.

추신

가장 기가 막혔던 건 마트에 대형 곤충들이 몰려오던 장면. 드레이튼은 앞에서 벌레가 불을 보고 모여드니 빨리 불을 끄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놀란 마트 직원들은 오히려 불을 켜면서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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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아 GV

영화 잡담 2008/01/2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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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아>는 존 카사베츠 감독이 정말 싫어하는 영화였고, 반대로 존 카사베츠 감독의 아내이자 영화의 주연이었던 지나 롤랜즈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였다고 합니다(지나 롤랜즈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존 카사베츠 감독은 <글로리아>가 너무 상업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존 카사베츠 감독은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의 <더티 더즌>,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악마의 씨> 같은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였는데, (최동훈 감독의 말에 따르면) 그 당시 감독들은 모두 성질이 더러웠고 존 카사베츠 감독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존 카사베츠에게는 친구도 별로 없었다고 하고요(이쯤에서 감독님이 그걸 어떻게 아시느냐는 반응이). 그는 마틴 리트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고 난 뒤 영화를 홍보하는 자리에서 영화 홍보는 제쳐놓고 내가 감독하면 이런 것보다 더 잘 만들 수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다가 스튜디오로부터 노여움을 사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만든 영화에 출연할 수 없게 되었고, 자신의 말을 지키기 위해 감독이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로버트 알드리치 같은 삐딱한 감독들은 신경쓰지 않고 그를 배우로 기용했습니다.

존 카사베츠의 전작들인 <페이스>, <영향 아래의 여자>, <차이니즈 부키의 죽음>, <오프닝 나이트> 같은 영화들을 만들면서 존 카사베츠에게는 얼마간의 빚이 생겼고, 돈을 벌기 위해 그는 <글로리아>의 시나리오를 써서 팔았습니다. 당시 리키 슈로더가 출연한 영화가 인기를 모으고 있었는데, 그래서 영화사에서 아역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필요로 했던 것입니다. 존 카사베츠는 시나리오만 썼을 뿐 감독에는 원래 뜻이 없었는데, 그가 영화의 감독으로 결정된 뒤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최동훈 감독에 따르면,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좋은 소식 한 가지와 나쁜 소식 한 가지가 있다. 뭔데? 좋은 소식은 지나 롤랜즈가 <글로리아>의 주인공으로 발탁되었다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네가 감독으로 정해졌다는 것이다. 원래 <글로리아>의 주인공 역으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물망에 올라 있었는데 그는 존 카사베츠 감독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최동훈 감독은 70년대 미국 감독들에게 끌린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 시절 감독들은 미치광이나 다름 없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감독에게 편집권이 없던 시절, 감독이 필름을 몰래 차에 싣고 외딴 집으로 도주해서 편집을 하다가 (광란의) 파티 같은 데서 하룻밤 놀다 오면 스튜디오에서 쳐들어와서 필름을 가져가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러면 감독은 권총 들고 사장실로 들어가서 난리를 피우던 그 시절이 최동훈 감독은 그립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후 <글로리아>의 주연이었던 아역 배우는 이후 단 한편의 영화에도 출연하지 않았고, 나중에 그 사람을 누가 봤는데 소호에 있는 당구장에서 매니저를 하고 있더라, 이런 이야기에 이르러서는 도대체 감독님께서는 그런 할리우드 비사를 어디에서 들었느냐며 박장대소하는 분위기에 이르렀습니다.

김혜수 씨는 전문가-배우로서의 이야기보다는 관객으로서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크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타짜> 이야기가 나왔는데 거기서도 쟁쟁한 배우들이랑 일하는데 자기만 못하는 것 같아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런 지나치게 겸손하다 싶은 이야기를 늘어놓았고요. 다만 주인공 글로리아가 처음 등장할 때 안에 파자마를 입고 있다는 것이나 보스인 탄지니를 만나러 갈 때의 옷차림을 언급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확실히 옷차림이나 패션을 보는 눈은 관심 없는 사람이 배울 게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나 롤랜즈는 <글로리아>에 출연하면서 여자 리 마빈이라는 말을 들었다는데, 그녀는 이 영화를 통해 많은 감독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왕가위의 <중경삼림>에서 임청하의 스타일은 지나 롤랜즈에게서 나온 거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지나 롤랜즈가 그렇듯 존 카사베츠 감독은 다른 감독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는데, 올리버 스톤 감독이 베트남에서 제대한 후 한참 어렵게 지내던 시절 존 카사베츠 감독을 찾아가서 내가 뭘 하면 될 것 같으냐고 물어봤을 때, 그는 네가 잘 모르는 건 하지 말고 잘 아는 걸 하라는 충고를 해 줬고, 올리버 스톤 감독은 아, 그렇지, 내가 가장 잘 아는 거라면 마약 이야기다, 그걸 깨닫고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의 시나리오를 썼다고 합니다.

이후에 아역 배우 이야기도 나왔는데, <글로리아> 당시 아역 오디션을 볼 때, 300명 정도 되는 아이들을 한 방에 몰아넣고 총소리를 들려줬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굳건하게 버티고 있던 아이를 뽑았다고 합니다. 물론 연기는 어색합니다(찾아보니 이 여섯 살 짜리 소년은 그해 래즈베리 어워드 후보에도 올랐더군요). 김혜수 씨가 <열한번째 엄마>에서 아역 배우와 같이 연기했던 경험을 들려줬는데, 다른 무엇보다도 완성된 영화의 질이 시나리오보다 하락했다는 데 대한 아쉬움이 있는 것 같았고, 상대역이었던 아역 배우가 요새 아역 배우들처럼 지나치게 영악하지 않아서 좋았다는 식으로 얘기하더군요. 이것과 관련되는 이야기가 존 카사베츠의 연기 지도 방식인데, 존 카사베츠 감독은 배우들에게 디렉션을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배우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부여하는 방식이었으며 김혜수는 같이 영화를 만들어 본 최동훈 감독이나 김지운 감독도 이런 스타일이었다고 얘기를 합니다. 그러나 막상 결과물을 보면 배우의 연기와 영화에 어울리는 이미지가 나오는 것이 놀라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최동훈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면 혼자서 일일이 연기를 해본다고 합니다. 잘못 쓴 대사를 현장에서 배우들이 지적해주면 자신은 고친다고 하더군요. 최동훈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지적하는 것 같습니다. "혜수 씨, 지금 대사 하는데 1분 걸렸는데 조금만 빨리 해 주세요. 40초 안에 끝내 주세요."

최동훈 감독은 존 카사베츠가 인디펜던트 감독인데 비해 자신은 디펜던트 감독이라고 농담을 던집니다. 결국은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흥행을 목적으로 만든 <글로리아>에서도 존 카사베츠 감독은 끝까지 글로리아와 필을 절대 부모-가족 관계로 묶지 않는 뚝심을 보여주고, 그게 자기 집에서, 가족과 친구들을 출연시켜서 영화를 찍어 온(그래서 글로리아 촬영 당시 계약 조건에는 너희 가족을 출연시키지 말라는 것도 있었다고 합니다) 감독에게 어울린다는 것이 GV를 지켜 본 저의 소감입니다.

- 최동훈 감독이 <타짜>를 만든 후에 감독과 프로듀서 등이 정산을 해 보니 제작비가 남았더라고 합니다. 흔치 않은 일인데. 최동훈 감독은 <타짜>의 제작비도 결코 많이 들어간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 최동훈 감독 이야기로 존 카사베츠 감독은 뛰어난 각본가였다고 하는데, 글로리아가 버스에 탔을 때 갱을 만나는 장면은 꼭 우연히 그렇게 된 것 같이 보이고 자신은 영화를 공부할 때 절대 그렇게 만들면 안 된다고 배웠지만, 다시 영화를 보면 우연히 그렇게 된 게 아니라고 하는데, 영화를 다시 본다면 그 장면을 유의해서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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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사항을 보시려면 러시아의 필름루(http://www.film.ru)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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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워 개봉 1주차인 12월 27일부터 12월 30일까지의 박스오피스 집계 결과인데, 제일 오른쪽에 있는 숫자가 누적 흥행수익인 것 같습니다. 8위에 베오울프가 링크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띄는데, 개봉한지 6주차가 되었습니다. 전에 있던 박스오피스 결과를 살펴보니 베오울프는 2위까지 올라갔던 것 같은데 누적 흥행 수익을 살펴보니 208,748,818이네요. 단위는 루블이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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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워 개봉 2주차 박스오피스인데, 순위가 전주 5위에서 3위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바로 앞에 있는 내셔널 트레저 2와 비교해 보면 흥행 수익 면에서 차이가 좀 많이 납니다. 베오울프는 여전히 8위, 황금나침반은 디 워보다 몇 주 전에 개봉해서 이미 박스오피스 10위권 아래로 밀려났습니다. 그러니 어떤 기자가 기사에 쓴 대로 디 워가 황금나침반과 베오울프를 이겼다는 건 넌센스입니다. 확인해 보시면 알겠지만 흥행 수익도 황금나침반이 디 워보다 4배는 많습니다(3주차 박스오피스 결과에 따르면 디 워의 흥행 수익은 2,105,172달러, 황금나침반의 흥행 수익은 8,032,408달러). 또,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주에는 새로 10위권에 진입한 영화가 단 한 편 뿐입니다. 러시아 극장가도 이때 비수기였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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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워 개봉 3주차, 새해 첫주의 박스오피스 결과인데 디 워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새로 개봉한 영화들이 대거 진입한 데 따른 결과로 보입니다. 흥행 수익으로 따져 보자면 이주에 박스오피스 4위 이상 랭크된 영화들의 흥행 수익은 디 워와 적어도 5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디 워가 러시아에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눈속임에 불과합니다. 박스오피스 모조에서는 10위권 밖의 영화들까지 집계하고 있으니 그걸 한번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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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워는 개봉 3주차에 13위를 차지했습니다. 베오울프가 12위입니다. 스크린당 수익은 643달러로 20위 안에 랭크되어 있는 영화 중에서 디 워보다 스크린당 수익이 낮은 영화는 없습니다. 10위에 올라와 있는 퀘스트 포 허트라는 영화가 864달러, 개봉한지 8주차로 20위에 랭크되어 있는 미스트가 856달러, 그 외 디 워보다 하위에 랭크되어 있는 스크린당 수익 천달러대의 몇몇 영화들이 그나마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성적입니다. 즉, 미국 개봉 당시와 마찬가지로 러시아 개봉에서도 디 워를 상영하는 극장의 객석은 텅텅 비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디 워의 러시아 흥행 성적은 250만 달러 미만으로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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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용 감독님

잡담 2008/01/18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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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8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우묵배미의 사랑> 상영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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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원 씨에게 사인 받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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