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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2/24 유골의 증언 by Wolverine

유골의 증언

읽은 책들 2006/12/24 01:33

유골의 증언 - 古代中國의 刑罰, 
지은이 : 도미야 이타루(富谷 至),  옮긴이 : 임병덕, 임대희,
서경문화사, 1999

고대 사회의 형법과 제도에 대한 연구는, 거기에서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끄집어낼 수 있지만, 그것을 서술할 때는 처형 방식의 끔찍함을 강조하는 식의 선정주의에 빠질 우려가 크다. 저자인 도미야 이타루도 책의 첫머리에서 드 라 로슈의 작품인 <레이디 제인 그레이의 처형>을 언급한 것으로 보아 그런 걱정을 했음이 분명하지만 이 책은 선정성으로 따지면 여타 흥미위주 역사서의 반도 못 따라간다. <유골의 증언-古代中國의 刑罰>(이하 유골의 증언)은 中國 고대 형법의 역사에 대한 저자의 연구 결과를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펴낸 책으로 저자는 고고학적 발굴을 통한 고대 형법 분석에서 차츰 나아가 秦과 漢의 사상적 차별성과 동질성, 나아가 서구와 中國의 차이까지를 폭넓게 서술하고 있다. 고대라고는 하지만 논의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秦漢 시대를 향하고 있다.

<유골의 증언>의 첫 장인 <지하로부터의 메시지>는 中國 河南省 偃師縣 西大郊村 서남쪽 髑髏溝에서 발굴된 522구의 무덤과 422구의 인골, 1972년 봄 陝西省 陽陵 북쪽 저수지 공사현장에서 나온 35기의 인골, 1975년 11월 湖北省 雲夢縣에서 발견된 무덤과 죽간 등의 발굴 결과 드러난 사실들을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이곳에서 출토된 죽간이 당대에 통용되던 법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秦의 형법이 漢의 형법으로 그대로 계승되었음을 주장한다. 다음 제 2장 <秦漢의 형벌>은 秦漢 시대의 형벌을 사형, 노역형, 재산형으로 나눠 고찰하고 있으며 아울러 秦대와 漢대 형벌의 변화 양상과 제도의 특징 등을 고찰하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형벌 자체에 대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할애하고 있는 2장 보다 더 중요한 것은 3장 <심정에 대한 처벌>인데, 여기에 이르러서야 秦漢 형벌 제도의 이데올로기적 차이와 中國 형벌관의 본질적인 특징 등이 제시되기 때문이다. 즉 고대 中國의 형법은 마음먹은 것 자체로도 처벌받으며 동기가 선하다면 처벌이 면제되기도 하는 주관주의의 양상을 띠고 있는데, 이러한 주관주의적 양상은 통념과 달리 사실상 秦漢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漢의 경우는 이러한 주관주의적 경향에 유학이 큰 영향을 끼쳤으며 漢 武帝가 유학을 국가 공인의 학문으로 만든 것에는 과도한 법치주의의 추구로 멸망했다는 秦에 반하여 유학의 덕치주의로 나라를 다스리고 있다는 이데올로기적 선전의 용도가 있었다. 漢의 형법 사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春秋公羊傳으로, 선행이 보답을 받지 못하며 악이 득세하는 현실에서 유교적 이념을 호소하기 위해 春秋公羊傳이 내세운 것은 심정과 의도의 중요성이었다. 3장은 결론적으로 春秋公羊傳의 입장이 秦의 형벌 이념과 상통하며, 따라서 春秋公羊傳의 이데올로기가 秦의 형법 이념을 계승한 漢의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유가의 이념을 계승함으로써 秦의 법치주의를 사실상 계승했다는 모순을 해소한 것으로 본다. 저자는 이어서 서구의 형법이 복수를 법률의 영역에 차츰 흡수한데 반해 中國에서는 법률이 사적인 복수를 흡수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데, 유교 이념이 복수를 긍정하고 있는 반면 中國의 형벌이념이 죄의 반영이나 응보에 따른 것이 아니라 단지 해악의 발생을 예방하고자 형벌을 실시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

<유골의 증언>의 마지막 장인 <런던탑과 만리장성-동서의 형벌>은 서양과 고대 中國의 형벌을 비교하면서, 서양의 형벌이 신에게의 참회라는 종교적인 메시지를 깔고 있는 데 반해 中國의 형벌에는 종교적인 요소가 없으며 그것이 신이 아닌 황제에 대한 속형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中國에서도 잔혹한 처형 방법이 존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中國 본래의 요소가 아니라 이민족 왕조의 中國 진출과 그에 따른 영향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주장에 대해서는 저자도 여기서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마지막에는 부록으로 中國의 張建國 교수의 <漢文帝 시기 형법의 개혁과 그 전개 재검토>라는 논문이 실려 있는데, 張建國 교수는 漢書 형법지의 조령을 체계적으로 재해석하고 있으며 <유골의 증언> 저자인 도미야 이타루 교수와 몇몇 논점에 있어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참고로 이 책의 역자는 張建國 교수의 의견에 많은 부분 동의하고 있는 듯 하다.

<유골의 증언>을 읽으면서 무엇보다도 아쉬웠던 것은, 자료와 연구가 아직 부족한 탓인지 여러 부분에서 저자가 주장을 유보하고 넘어간 것이 눈에 띤다는 점이다. 또한 3장에서 秦의 형법과 漢의 형법에 대해 논하면서 秦의 제도와 春秋公羊傳의 관계를 밝히지 못한 점은 저자의 논리를 뒷받침하는데 있어 결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몇 가지 결점을 뺀다면 <유골의 증언>은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데, 우선 앞서 말했듯 자칫 선정적으로 다루기 쉬운 소재이지만 선정성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 아울러 형법사를 통한 접근을 통해 고대 中國의 사상과 사회에 대한 고찰까지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같은 주제에 대해 흥미가 있었지만 선정적인 것을 싫어하는 독자들은 이 책을 기대해봄직 하다. 독자들은 <유골의 증언>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흥미로운 논점을 찾을 수 있는데, 통설과는 달리 秦의 형법이 그렇게 엄격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 책의 논점대로 秦漢의 형벌 이념이 주관주의적이었다면 그것이 법가의 실증주의와 어떻게 결합했을 것인지 등 여러 의문과 더불어 책의 여기저기에서 고대인들의 삶의 편린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日本人이지만 日本의 형법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는데, 우리의 형법이 중국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으며 어떻게 변용되었는지에 대한 고찰 역시 흥미로울 것이다.

- 2004. 9. 14

Posted by Wolver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