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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2/22 웨일 라이더 by Wolverine

웨일 라이더

영화 리뷰 2006/12/22 23:15

웨일 라이더 (Whale Rider, 2002)

감독 : 니키 카로
출연 : 케이샤 캐슬-휴즈, 라위리 파라틴, 비키 호튼, 클리프 커티스


<웨일 라이더>는 마오리족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imdb의 plot summary에서는 황가라(Whangara)라고 하는데, 영화 속에서는 부족 이름이 직접 나오지 않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파이키아라는 소녀이며 그녀의 이름은 부족 시조의 이름과 같은데, 이 사람은 아주 오랜 옛날 고래를 타고 나타났다 전해집니다.

파이키아가 그 이름을 갖게 된 건 순전히 그녀의 어머니 탓입니다. 어머니가 난산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에 아버지인 포루랑기에게 파이키아라는 이름을 남긴 것입니다. 그것 때문에 코로 할아버지가 나중에 더욱 고집을 부리게 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장차 족장이 될 남자아이를 기다렸는데 하필이면 남자아이는 죽고 여자아이만 살아남은데다 (오직 남자만이 족장이 될 자격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코로에게 여자아이가 시조의 이름을 가졌다는 건 그야말로 황당한 일이었겠죠.) 아들마저 마을을 떠나버렸으니 충격이 오죽했겠습니까.

그러던 어느 날 독일, 프랑스 등지에서 예술가로 살아가던 포루랑기가 잠시 귀향합니다. 코로는 기회를 놓칠세라 짝을 지어주려 하지만 아들은 이미 백인 여자를 사귀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코로는 할 수 없이 마을의 장남들을 훈련시켜 그 가운데서 족장감을 뽑으려 하는데, 하나같이 트미해보이는 애들이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파이키아의 투쟁이 시작됩니다.

코로에게 인정받는 것 말고 파이키아에게 다른 목적이 있을까요? 말하기 어렵습니다만 파이키아는 그 목적을 위해 어떻게든 자신을 단련시키고 애씁니다. 라위리 삼촌을 졸라 타이아하를 배우는 장면은 영화를 통틀어서 가장 흥미있는 대목이었는데, 그렇게 배운 창술이 비록 어설퍼 보일망정 쓸만했다니까요.
파이키아가 그렇게 애쓰는 동안 다른 사람들도 서서히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다시 운동을 시작하는 라위리 삼촌도 그렇고, 파이키아와 창싸움을 벌이던 남자애, 이름이 헤미였나요? 그도 역시 마찬가지죠. 한편에는 전통을 수호하려는 코로의 열정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파이키아의 열정이 있습니다. 이 사이에서 헤미는 은근히 변모해나가죠. 비록 영화에서 그것을 자세히 보여줄 필요는 없었지만요. 사실 이런 게 파이키아가 족장이 되어야 할 진짜 이유라면 이유겠지만.
파이키아네 마을은 사실 죽어가고 있었죠. 하교하기 전에 담배를 뻑뻑 피워대며 난 언제고 마을을 떠날 거라고 얘기하던 헤미같은 애들의 동네. 도시 친구들과 범죄에 가담하는 헤미 아버지나 당구장에서 죽때리는 상심한 젊은이들의 동네.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게 파이키아로 인해 변했다는 것 만큼은 알 수 있죠.

영화는 그런 현실적인 소재에다 고래와의 교감이라는 신비로운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고래와 교감하는 소녀의 이야기라면 미야자키 하야오 만화의 여자 주인공이나 안노 히데아키의 나디아 등등 한다스는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웨일 라이더>는 현실에 착 붙어있다고나 할까요. 신화적이면서도 현실적이고, 초현실적인 설정이 어색하지 않았죠. 절정부는 장엄하기까지 했으니까요. 다른 사람들만큼 (옆자리에 있던 사람은 울었다니까요.) 감동받지는 않고 사실 제 취향도 아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당혹스러웠던 점은, 이 영화가 전통의 복원을 얘기한다는 것이죠. 저는 사실 담배를 뻑뻑 피워대면서 전통이고 나발이고 엿이나 먹으라 그래- 라고 내뱉는 헤미같은 아이들에게 더 공감하는 편이라, 사람들의 눈에서 열기가 피어오를 때, 배를 타고 어디론가 노를 저어갈 때, 저 배가 어느 편으로 가는 것인지 무엇을 향해 가는 것인지 의심스러웠습니다. 전통의 복원, 그리고 사람들끼리 서로 단결해야 한다는 믿음, 하지만 그 전통이란 것이 파이키아로 인해 새로워진(여성도 차별받지 않고 자기 꿈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며 앞으로 새로 쓰여질 것이라면 저는 이 영화에 충분히 동의할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 해안의 풍광은 정말 아름답더군요. 바다가 나오는 영화는 많고 많지만 저만큼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추신) 앙겔로풀로스 감독이 극장에 직접 온 날이라,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인을 받으러 기다리고 있더군요. 저는 앙겔로풀로스 감독 영화에 관심이 없는 편이라 좀 놀라웠습니다.

이건 imdb trivia 항목에서 퍼온 거에요.
Te Reo - Maori language
Kaumatua - Elder
Rangatira - Chief
Wharenui - Meeting house
Tikanga - Customs
Whakapapa - Genealogy
Tapu - Sacred
Waka - Canoe
Haka - Dance
Karanga - Call
Karakia - Prayer
Taiaha - Fighting stick
Mau rakau - Stick fighting
Moko/Mokopuna - Grandchild
Marae - Meeting pl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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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키아 역을 맡은 케이샤 캐슬-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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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가 깔린 길을 맨발로 다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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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변대회였던가. 상받은 다음에 우는 장면이 있죠. 거기서 저는 이 아이가 진짜로 울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운다는 느낌이 딱 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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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구출작전에 실패해서 상심에 빠진 마을사람들의 모습이죠. 다른 이야기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아주 오래전에 보러 갔던 이누이트 유물 전시회를 떠올렸습니다. 고래에 탄 사람 조각과 카누는 그래서 아주 친근하고 멋지게 보였죠. 고래라는 생물에 대해 인류가 가진 호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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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워즈 할머니와 파이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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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만든 니키 카로 감독.

- 2004. 10. 19
Posted by Wolver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