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장미 승천 (Ecstacy of the Black Rose, 1975)
감독 : 구마시로 타츠미
출연 : 기시다 신, 다니 나오미, 세리 메이카
정말 아슬아슬하게 봤다. 조금이라도 정신줄을 놓쳤으면 그냥 자버렸을 텐데. 영화가 의외로 재미없어서 놀랐다. "야한 영화를 찍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 스탭들의 생생한 모습을 담은 작품"이라는 카탈로그의 설명을 보고 나는 이 영화가 로망포르노를 찍는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라도 되는 줄 알았다. 그건 나의 착각이었을뿐, 이 영화는 포르노를 찍는 감독이 주인공인 극영화이다. 내용은 좀 야비한 것으로, 포르노를 찍는 감독은 주연 여배우가 임신을 했다며 그만 두겠다고 하자 궁지에 몰려서 새 여배우를 물색한다. 이 감독은 치과로 녹음을 하러 갔다가, 치과 진료를 받으러 온 아름답고 우아한 부인(부인 역을 맡은 다니 나오미는 <꽃과 뱀>의 주연이기도 하다)이 치과 의사와 불륜을 저지르는 현장을 포착한다. 그 부인은 나이 많은 거부의 아내였는데, 감독은 이 여자를 잘 꼬드겨서 자기 영화의 배우로 쓰려고 한다. 결국 이 남자에게 낚인 부인은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게 되고, 그를 사랑해서 관계를 맺게 된다.
<꽃과 뱀>과는 달리 <흑장미 승천>을 본 후에는 허탈한 싱거움만이 남았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은 재미있었다. 감독이 찍는 영화의 주연을 맡은(그래봤자 배우가 두 명밖에 안 나오는 영화지만) 남자 배우는 임신해서 하차한 여배우와 연인 관계이고, 감독은 자신이 끌어들인 부인과 격렬한 사랑을 나눴는데, 이제 남자 배우와 부인이 감독과 여배우가 지켜보는 가운데 포르노를 찍는 것이다. 감독과 여배우는 다른 이성과 관계를 맺는 연인을 바라보면서 질투를 느끼게 되고, 임신한 여배우의 성미가 폭발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작렬하는 부인의 대사, "미안해요. 나 느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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