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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13 악질경찰 - 관객과의 대화 by Wolve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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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 페라라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 같은 행사에서 게스트의 질문을 '생까는' 일도 많고, 무작위로 관객들을 지목하여 영화를 어떻게 보았는지 묻는다고 합니다. 오승욱 감독이나 김성욱 프로그래머 모두 아벨 페라라 감독이 안 온 걸 상당히 아쉬워했어요. 오승욱 감독은 아벨 페라라 감독이 왔으면, 자신은 커튼 뒤에 숨어 있었을 거라고 말하기도 하고, 아벨 페라라가 왔으면 이거 물어볼 수 있었을 텐데, 아벨 페라라가 왔으면 이거 얘기할 수 있었을 텐데, 아벨 페라라 식으로 관객들한테 질문을 하는 게 어떨까? 오늘 대담은 아벨 페라라 씹는 걸로 시작하자고 하지 않았나? 그런 식으로 몇 마디 말이 나왔습니다. 오승욱 감독 말로는 아벨 페라라 감독이 알콜 중독도 있고, 약물 중독 같은 것도 있어서 못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는데(누군가 널부러진 아벨 페라라를 본 적이 있다는 목격담도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대로 됐습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김성욱 감독이 아벨 페라라 감독의 비서가 전달한 메시지를 읽어 줬는데, 아벨 페라라는 바이러스성 질환에 걸려 있고, 의사로부터 비행기를 타지 말라는 권고를 받았다고 합니다. 직접 편지를 쓸 수 없는 상태여서 비서가 대신 작성했고, 치료를 꾸준히 받고 있어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아벨 페라라 감독도 굉장히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는군요.

오승욱 감독이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은 1998년이었다고 합니다. 허진호 감독이 독일 갔을 때 오승욱 감독에게 이 비디오 테입을 가져다 주었는데, 우리나라에도 <악질경찰>이 출시되어있긴 하지만 많이 잘리고 주요한 부분에는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있습니다. 오승욱 감독은 김성욱 프로그래머에게 이 버전이 어떤 버전이냐고 물었는데, 비디오로 볼 때는 몇 장면이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오늘 봤을 때는 좀 짧게 느껴졌다고 하네요. 특히 하비 케이틀이 마약을 하는 장면은 거의 리얼타임으로 보이는데, 그 과정이 좀 짧아진 것 같다고 얘기합니다. 혹은 짧게 느껴졌든지.

오승욱 감독은 <악질경찰>이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을 쫓는 자베르 형사를 주인공으로 하여 만든 영화로 보이기도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하비 케이틀이 성당에서 예수를 대면하는 장면은, 굉장히 강력한 장면이지만 관객들 입장에서는 코미디로 보일 수도 있겠다고 하면서, 자신감 없이는 이렇게 연출하기 어렵다는 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구원을 말하고 속죄를 말하는데 이렇게 예수를 확 소환해버리는 방법도 있구나, 앞으로 자신이 영화를 계속 만들게 된다면 이런 장면을 한번 연출해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두 사람은 계속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데, 이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속죄하는 하비 케이틀에게 동화되는 느낌을 준다, 특별한 줄거리 없이 지옥에서의 삶을 살아가는 하비 케이틀을 보여주는 거다,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배우들이 연기를 참 잘했다고 말합니다. 특히 칭찬한 것은 수녀 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였습니다. 이 영화는 악질 경찰이자 약쟁이인 하비 케이틀이 속죄하고 회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김성욱 프로그래머는 그런 장면에서의 느낌에 진정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오승욱 감독은 나중에 다른 이야기를 하던 도중, 자신은 진정성이라는 말을 대단히 싫어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 그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식으로 말했던 것 같습니다.

오승욱 감독은 이어서 이 영화가 어떤 장면에서는 좀 덜컥거리는 느낌을 주는데, 그 다음 장면에서 강력한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고 말합니다. 나중에 이 영화의 불균질함에 대한 말이 나오는데 그것과 연결되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아벨 페라라의 <악질경찰>에는 굉장히 이질적인 요소들이 어우러져 있다고 오승욱 감독은 얘기하는데, 그런 것들이 영화의 에너지를 만들어 냅니다. 오승욱 감독이 꼽은, 이 영화에서 가장 에너지 넘치는 장면은 하비 케이틀이 아버지 차를 면허도 없이 몰래 운전하던 여성들을 잡아서 그 앞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장면과 하비 케이틀이 성당에서 예수를 만나는 장면입니다. 특히 자위 장면에는 거의 실제라고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럽고 생생한 배우의 반응과 하비 케이틀의 연기가 살아있습니다. 김성욱 프로그래머는 <악질경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다양한 표정이 빚어내는 효과를 두고 이 영화를 '얼굴의 영화'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장 피에르 멜빌의 <레옹 모랭 신부>에는 '지옥에 빠진 인간이 가장 절실하게 구원을 바라는 법'이라는 대사가 나오는데(영화를 봤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오승욱 감독은 자신이 시나리오 작업에 참가했던 <역도산>의 역도산 같은 인물이 그런 인물이라며 마약에 중독되듯 인간이 자신이 휘두르는 폭력에 중독되고, 차츰 파멸해 가는 과정에서 인간의 어두운 면모가 가장 잘 드러난다고 이야기합니다. <악질경찰>에서 하비 케이틀이 맡은 형사도 그렇게 파멸해 가는 사람입니다. 오승욱 감독은, 자신은 그런 인물들에게 굉장히 매력을 느끼고, 또 남자의 로망 중 하나는 그렇게 완전히 파멸해버리는 것 아니냐며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졌는데 이때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는 뉴욕 메츠와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시합에서 LA 다저스가 3대 0으로 앞서고 있던 시점에서 시작되어 메츠가 4대 3으로 역전 우승을 거두기까지 진행됩니다. 하비 케이틀은 갱들의 돈을 빌려 도박을 하지만 점점 배팅에 실패하면서 나락에 떨어지는데, 그걸 보면 이 영화는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주제곡을 부른 자니 에이스란 가수도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하다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가 죽은 것이 1950년대의 일인데 그때는 이런 식으로 죽는 사람들이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의 이런 면을 뒷받침하는 것 중의 하나는 잘 만들어진 대사인데, 조합이 특히 좋다고 김성욱 프로그래머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14살 때부터는 총알도 나를 피해갔다. 나는 은총을 받은 몸이다." 총알이라는 말이 나오다 갑자기 종교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은총이라는 말이 나올 때의 그 달라지는 느낌, 그리고 이런 대사도 있습니다. 마약중독자의 대사인데, "흡혈귀들은 참 좋겠어. 남의 피를 빨아먹으니까. 우린 우리 살점을 뜯어먹어야 해."

이 영화는 신을 부정할수록 신 앞으로 나아가는, 굉장히 종교적인 영화(물질적이면서도 정신적인 영화라는 표현도 나왔습니다)라고 두 사람은 이야기하며, 이들이 아벨 페라라와 <악질경찰>에 대해 느끼는 경외감도 느껴졌습니다. 김성욱 프로그래머는 개인적으로 어제 상영한 <R/X마스>가 <아메리칸 갱스터>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이 이야기를 들은 오승욱 감독은 자신은 <퓨너럴>이 <대부>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고 받았습니다. 그러자 김성욱 프로그래머는 같이 내기를 하자고 말했고, 이때도 사람들이 많이 웃었습니다. 오승욱 감독은 또한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정밀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며, 그래서 더 많은 게 담기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이야기하더군요.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말을 하자면, 마지막에 하비 케이틀이 차에서 총을 맞았을 때 처음에 지나가던 동양인 여성이 먼저 주위 사람들을 부르고, 백인들이 멀찌감치 떨어져 갈 길을 가는 동안 흑인들, 그리고 경찰들이 사건 현장에 모여들게 되는데 이 장면은 연출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오승욱 감독은 굉장히 궁금해 했습니다. 페라라가 왔으면 물어봤을 거라고.

관객들이 질문을 별로 안 했는데, 한 세 개 정도 나왔던 것 같습니다. 질문이라기보다는 감상이랄까, 그런 질문도 있고, 하비 케이틀이 마약 딜러의 집에서 3만 달러를 받아 돌아갈 때, 계단 장면에서 하비 케이틀이 몰려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연출이 언급된 질문도 있었고요. 또 어떤 관객은 이 영화는 아무래도 '믿는 자의 영화' 같다면서, 자신은 <악질경찰>을 좋아하지만 이 영화의 하비 케이틀을 보면 진짜 그러고 싶냐고 묻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얘기했습니다. 관객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이 영화에 동감하는 척 하는 것 밖에 없으니 죄책감을 느낀다고 하더군요. 오승욱 감독의 답변은 길었지만 이 영화는 관객을 정화시키는 영화라고 대답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기억이 안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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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olver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