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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2/25 공공의 적 by Wolverine

공공의 적

영화 리뷰 2006/12/2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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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 (The Public Enemy, 1931)

감독 : 윌리엄 A. 웰먼
출연 : 제임스 캐그니, 진 할로우, 에드워드 우즈, 조안 블론델


윌리엄 웰먼이 감독하고 제임스 캐그니가 주연을 맡은 <공공의 적>은 설경구가 나오는 <공공의 적>과 제목이 같은 갱스터 영화이다. 탐 파워즈와 맷 도일 짝패는 거리에서 말썽을 부리는 꼬마 악당들인데, 동네 계집아이들을 괴롭히거나, 아니면 물건을 훔쳐서 '옥스 소사이어티 클럽'의 장물아비 퍼티 노즈에게 팔아먹는 짓을 한다. 영화에서는 1905년 그들이 어린 시절에 6개짜리 시계 세트를 훔쳐서 퍼티 노즈와 흥정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좀 어리숙한 맷과는 달리 탐은 제값을 받아먹으려고 최선을 다해 보지만 퍼티에게 손쉽게 털려버리고 만다. 1915년에 탐과 맷은 퍼티 노즈가 모은 패거리들과 모피 회사를 급습했다가 실패한다. 이게 그들이 벌인 최초의 중범죄였는데, 영화는 그 과정에서 탐이 살인을 하게 되었음을 암시한다. 퍼티 노즈는 경찰의 추격을 두려워하여 그들을 버리고, 1917년에 탐과 맷은 패디 라이언의 부하가 된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일본 야쿠자들처럼 오야붕과 그 똘마니들의 관계 같은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들은 갱스터지만 마피아처럼 결속이 강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20년 금주법이 시행되자 패디 라이언은 이 법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처음에는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던 술을 몰래 빼돌리는 수준이었지만 나중에는 양조업자와 손을 잡고 밀주 사업에 뛰어든다. 패디 라이언과 함께 거물 갱스터인 네일스 네이단이라는 인물이 사업을 벌이고, 탐 파워즈와 맷 도일은 그들의 밑에서 영업을 책임지면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다. 부자가 된 탐은 안하무인으로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고 살인 등 온갖 악행을 저지르지만 네일스 네이단이 사고로 죽으면서 갱들은 분열된다.

영화 처음과 끝에 흘러나오는 나레이션은 이 작품이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만들어졌음을 강조한다. 그래서 영화 내용도 탐 파워즈를 입체적인 인물로 그리기보다는 그의 부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극적인 재미도 없이 밋밋하게 전개된다. 당시 떠오르던 여배우였던 진 할로우가 맡은 그웬이라는 인물도, 탐 파워즈의 여성 편력을 강조할 뿐 영화 속에 어울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탐과,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애국자인 그의 형 마이크와의 갈등은 그럭저럭 흥미롭게 그려진다. 마이크는 성실하고 정의롭지만 무력한 인물로 그려지며 그의 무기력함은 탐의 악행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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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밋밋하게 흘러가던 영화는 클라이맥스 지점에서 빛이 난다. 탐을 나쁜 놈으로 그려내야 한다는 도덕적 압력을 뚫고, 갱스터 세계의 의리, 비장함, 범죄를 낭만적으로 그리고자 하는 욕구가 갑자기 터져나온 것 같다(패디 라이언이 부하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낭만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것도 그렇고). 탐은 맷이 반대파에게 죽음을 당하자 훔친 총 두 자루를 들고 적들의 소굴로 뛰어든다. 여덟 발의 총성과 긴 비명 소리가 울려퍼진 뒤 탐이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 속에서 총을 맞은 듯 비틀거리며 걷는다.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탐은 "나도 그렇게 강한 놈은 아니었군." 하는 말을 뱉으며 바닥에 푹 쓰러진다. 이 순간의 비장함과 허무함이 영화 전체를 압도한다(여기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가 더 있으며 결말 역시 교훈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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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 파워즈는 평면적인 인물이지만 제임스 캐그니는 굉장히 인상적이다. 친구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그의 표정은 우는 것이 아니라 꼭 웃는 것 같다. (걸작이라고 일컬어지지만 썩 재미있게 보지 못했던) <화이트 히트>(1949)에서 제임스 캐그니는 자기파괴적인 갱 두목으로 나오는데 <공공의 적>에서 미리 그 싹을 보여준 듯 하다. 영화를 본 뒤 그의 제스쳐를 흉내내고 싶었다.
영화의 오프닝 크레딧이 시작되면 위의 사진처럼 인물을 하나 하나 소개하는데, 저걸 지금 써먹는다면 굉장히 희한하고 우스우면서도 인상적으로 보일 것 같다.

- 2006. 8. 31

Posted by Wolver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