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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08 7년만의 외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by Wolve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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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의 외출 (The Seven Year Itch, 1955)

감독 : 빌리 와일더
출연 : 톰 이웰, 마릴린 몬로, 오스카 호몰카

맨하탄이라는 지명은 오래 전 그곳에 살았던 인디언 부족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그 부족 남자들은 무더운 여름이면 여자와 아이들을 시원한 곳으로 옮겨 보내고 자기들은 사냥을 하는 등 생업에 몰두했다고 합니다. 사냥? 영화에서는 이제 막 식구들을 보낸 인디언 남자들 앞으로 젊고 예쁜 처녀 한 명이 막 지나가자 남자들이 그 뒤를 우루루 따라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사냥이란 말의 뉘앙스가 좋지 않군요.
500년이 흐른 맨하탄에서 무더운 여름을 맞이한 현대 미국 남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인과 아이들을 떠나 보낸 남자들이 젊은 여자의 뒤를 쫓아가는 장면이 앞선 장면과 댓구를 이루는데, 이 해방감을 바람 피우는 것으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고, 리처드 셔먼이 다니는 출판사의 사장처럼 밤새 포커를 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내와 아들 하나를 둔 리처드 셔먼은 자신을 단속합니다. 담배는 열쇠로 잠근 상자에 넣어 깊이 감추고, 술은 마시지 않으려 하고... 그러나 억압된 그의 욕구는 자제력을 뚫고 새어 나오고, 윗집을 여름 동안 쓰게 된 젊은 미녀를 만나면서 더욱 커집니다.
리처드 셔먼은 윗층 여자를 건드리고 싶은 욕구와 도덕적 의무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게 되고 이러한 충돌은 그의 뛰어난 상상력과 결합하여 그로 하여금 갖은 망상을 하도록 만듭니다. 10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리처드 셔먼은 쉴 새 없이 혼잣말을 하고 상상을 합니다. 이 영화는 결혼 7년차를 맞이하여 갈팡질팡하는 남자가 벌이는 소동을 그린 가벼운 코미디입니다. 기본적으로 재미있는 코미디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 답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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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전에 오드리 헵번이 나오는 <하오의 연정>을 보았기 때문에 두 여배우를 비교할 수밖에 없었는데, 마릴린 몬로는 오드리 헵번처럼 우아하지 않고, 오드리 헵번이 주인공으로서 영화를 이끌어 나갔다면 <7년만의 외출>에서 마릴린 몬로는 매력이 있지만 조연의 위치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마릴린 몬로가 아니라 리처드 셔먼 역을 맡은 톰 이웰이며 마릴린 몬로는 주체적인 의지와 목적을 갖고 행동하는 게 아니라 그를 자극하기 위해 마련된 도구 같이 보입니다. 설정이라는 거죠. 심지어 영화에는 그녀의 이름이 무엇인지 나오지도 않습니다. 마릴린 몬로가 맡은 백치 미녀는 잡지 모델을 할 정도로 예쁜 데다가 남자에게 당신 집에서 재워 달라고 말할 정도로 순진하며 남자들이 음흉한 짓을 해도 크게 신경쓰지 않을 정도로 둔감하고 맹합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면 가볍게 키스도 해 주고. 그녀 앞에서 남자들이 조금 대담해질 법도 합니다.

출판사에서 근무하며 교양도 있는 리처드 셔먼의 지식인적 망상이 백치 미녀 앞에서 어떻게 부서지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데, 이 백치 미녀는 욕조에서 목욕을 하다가 발가락이 수도꼭지에 끼어서 배관공을 불렀던 적도 있고, 맛있다며 감자칩을 샴페인에 찍어 먹는 사람입니다. 리처드 셔먼은 자신의 망상 속에서 라흐마니노프 2번 교향곡에 그녀가 자제력을 잃고 전율하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자신의 망상을 위해 그가 라흐마니노프 2번 교향곡을 틀었을 때 그녀는 "가사가 없어서 클래식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가장 간단한 젓가락 행진곡을 같이 치면서 그녀가 흥분된다고 말하자 리처드 셔먼은 그녀를 안으려 하다가 넘어집니다. 이건 그녀가 주체적으로 셔먼의 환상을 무너뜨린 게 아닙니다.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그녀가 너무 순진하기 때문인데, 그녀의 천성적인 관대함 덕분에 셔먼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처럼 보입니다. 또 어느 정도 그 기회를 살려 나가기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하고 싶은 짓 다 해 보고도 좋은 남자로 남아 있을 수 있는, 참 편리한 설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인간적으로 감사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무너지면 잘 회복이 안 되죠. 개인적으로 내가 망가뜨린 관계들을 생각하면서 아쉬워할 때가 많습니다. 셔먼이 아내와 아들이 있는 곳으로 휴가를 떠나는 마지막 장면도 그렇게 나빠 보이지는 않는데, 문제는 그 사이에 이르는 과정입니다. 이건 정말로 나쁩니다.

셔먼은 남의 눈에 뜨일까 두려워하면서도 에어컨이 있는 시원한 당신 집에서 재워주면 안 되겠냐는 미녀의 부탁을 받아줍니다. 그리고 아침에 리처드 셔먼이 질투하는 작가이자 친구 톰 맥켄지가 그의 집에 들르게 됩니다. 톰 맥켄지는 셔먼의 아내 헬렌을 휴가지에서 우연히 만났고 셔먼이 잊어버리고 부치지 않은 아들의 물건(보트에서 쓰는 노)을 가져다 주려고 하는데 톰 맥켄지가 헬렌과 같은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두 사람이 바람 피우는 장면을 상상하며 괴로움에 떨었던 셔먼은 그를 때려서 기절시킵니다. 왜 엉뚱한 사람에게 화풀이? 아침에 들른 이웃 남자가 기절한 그를 치우면 백치 미녀는 아내와 아이가 있는 곳으로 떠나는 셔먼에게 잘 가라며 손을 흔들어 줍니다.
셔먼이 톰 맥켄지를 몰아붙일 때 그는 거의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비록 웃으며 떠났지만 그가 나중에 자기 아내를 만나서 어떤 짓을 할지 불안해 지기까지 합니다. 그는 주체적으로 정신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 듯 보였지만 여전히 몽상을 즐기는 욕구 불만의 중년남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영화도 마찬가지로 그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결말도 그 자체로는 괜찮더라도 셔먼이 어떤 깨달음을 거쳐서 떠나게 되는지가 와닿지 않기 때문에 막연해 보이고요.

기타)

1955년 영화인데, 금발 미녀가 셔먼의 집에 에어컨이 있다며 부러워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때 미국에서 에어컨이 보급된지 얼마 안 되었나 봅니다.

The Seven Year Itch라는 제목은 7년만의 외출로 번역되는데 셔먼이 심리학자인 브루베이커 박사의 원고를 읽을 때 The Seven Year Itch라는 말이 나옵니다. 자막에는 이것을 7년만의 욕망으로 쓰고 있습니다. 브루베이커의 원고는 노골적으로 영화의 주제를 드러내는데, 즉 결혼 7년차는 그동안 눌러 왔던 욕망이 터져나오는 시기, 남성들이 결혼 생활에 회의를 느끼는 시기입니다. 7년만의 외출에서 외출이라는 말은 일탈이나 방황으로 바꿔 불러도 괜찮을 것 같아요.

<7년만의 외출>이라면 마릴린 몬로의 그 유명한 환풍구 장면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셔먼과 금발 미녀는 산호초의 괴물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그 미녀는 괴물이 불쌍하다며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지하철이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환풍기 바람이 시원하다며 위에 올라가 섭니다. 그때 치마가 올라가는데, 영화에서처럼 마릴린 몬로의 전신이 보이는 장면은 없습니다. 마릴린 몬로의 다리와 치마를 짧게 두 컷 정도 보여주고 끝나는데 그럼 그 유명한 치마 올라가는 장면의 신화는, 달랑 사진 몇 장 만으로 이뤄진 것일까요? 그 장면은 별로 야하지도 않아요. 처음 평범하게 등장할 때가 오히려 훨씬 아슬아슬하죠. 들은 얘기로는 마릴린 몬로의 당시 남편이었던 조 디마지오가 심하게 반대를 해서 이 장면을 뺐다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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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면은 영화에 안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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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사진은 못 찾았지만 이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무릎은 구부리지 않고 편 상태이며 상반신은 보이지 않습니다.

셔먼이 아내의 환상과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당신 친구를 꼬신 적이 있다고 얘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때 아내의 친구와 셔먼은 파도치는 해변가에 누워 격렬한 키스를 나누는데, 이건 분명히 <지상에서 영원으로>의 패러디가 맞죠? 찾아보니 <지상에서 영원으로>가 <7년만의 외출>보다 몇 년 전에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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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olver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