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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26 디 워 CG를 말하다 by Wolverine

씨네 21에서 가져온 글. 몇호였더라?


박수칠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분명하다

CG 전문가 3인이 말하는 <디 워>의 성과와 한계

<디 워>의 '그 CG'에 대한 질문이 많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워낙 말도 많고 탈도 많았으며 무엇보다 그에 비해 제작 공정에 대해 공개된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훌륭한 점이든 아쉬운 점이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금기처럼 여겨졌던 시기가 지났다. 여전히 공개된 것은 없지만, '선수'들끼리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한국영화의 CG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두루 말해줄 수 있는 3인의 CG 전문가를 모셨다(영구아트무비 관계자를 꼭 섭외하고 싶었으나 쇼박스쪽은 내부 방침이라며 영구아트무비 관계자의 노출을 꺼렸다). 무시 못할 성과에 대한 응원과 감탄을 전제로 대담을 시작했고, 당연한 이야기가 당연하다는 듯 흘러나왔다. 그러나 우리는 때로 직접 듣지 않으면 잊지 않던가.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는 사실을. <디 워>로 인해 가능해진 어떤 도약, 이를 더욱 의미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한 한 걸음은 이제부터다. 편집자
진행, 정리 오정연 사진 이혜정 편집 심은하 디자인 김유미

박관우
<구미호>에 아르바이트생으로 CG 작업에 참가했고 <은행나무 침대>에서는 실장으로 '초특급 승진'했다. 한국영화 CG의 원년 멤버 중 한명인 셈. 2000년부터 올해 4월까지 미국의 테마파크 놀이기구 영상제작 배급회사인 쇼스캔(showscan)에서 프로덕션 담당 부사장으로근무했다. 신씨네 신철 대표의 '부름'으로 귀국하여 <로보트태권V> 실사영화의 VFX 사전작업 중이다.

장성호
<귀천도>를 시작으로 영화의 CG와 연을 맺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다가 애니메이션, CF의 CG를 거쳐 어릴 적부터 꿈에 그리던 영화에 몸을 담은 이래, '얼떨결에' 독립한 뒤 1999년 CG 업체 모팩을 차렸다. 이후 <공동경비구역 JSA> <화산고>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지구를 지켜라!> 등을 함께하면서 한국영화 CG의 든든한 기둥이 되었다. 현재 <M>,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작업 중이다.

장권호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3D애니메이션 등을 공부하고 애니메이션, VFX 업체 티펫스튜디오에 입사하여 <블레이드2> <에볼루션> <할로우맨> 등의 제작에 참여했다. 5년 전 귀국하여 자신의 회사 '디지스팟'을 차렸다. 현재 <신기전>의 VFX 슈퍼바이저로 일하면서 자신의 연출작을 준비중이다. 한국형 VFX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 목표.


할리우드 정복을 위한 야심작 혹은 전세계에 한국의 기술력을 알린 도전작. <디 워>에 열광하고, 기꺼이 응원의 박수를 보낸 관객이 바라보는 <디 워>의 이미지다. <디 워>를 만드는 데 사용한 기술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대단한 것일까. 이룬 것이 분명한 만큼 <디 워>를 말함에 있어 우리가 지나쳤거나 오해했던 지점을 되짚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박관우  고만고만한 미국 괴수영화를 전제로 했을 때는 웬만큼 재밌게 봤다. 미국 언론의 리뷰 중 "가장 비싸게 만든 DVD용 영화"라는 표현을 읽었는데 그게 딱 맞는 말이더라.

장성호  CG 관계자 입장에서는 <디 워>가 여태껏 한국영화가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고 그 성과도 훌륭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아쉬운 건 그 CG의 퀄리티가 너무 들쑥날쑥했다는 점이다. 굉장히 훌륭한 장면과 도대체 왜 저랬나 싶은 수준의 장면이 뒤엉켜 있다. 이를테면 조선시대 부라퀴 군단 침입은 웬만한 한국의 게임 동영상보다 못하다. 그러나 미니어처와 CG가 맞물린 몇몇 장면은 결과도 훌륭했고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선 그렇게 미니어처와 CG가 결합되는 장면이 거의 없었으니까. <한반도>에서 정부종합청사 폭발, <가을로>의 삼풍백화점 붕괴장면 정도인데 사실 완성도는 그닥 좋지 않았다.

장권호  우리 같은 사람들은 완성된 영화를 보기만 해도 대강 어떤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디 워>를 만들 때는 3D맥스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했을 텐데, 아마 3D맥스를 써서 만든 극장용 영화는 별로 없을 거다. 보통은 마야와 랜더맨을 사용하니까. 3D맥스는 보통 게임업계에서 쓰는, 좀더 범용적인 소프트웨어다. 어느 쪽이 기술적 완성도가 더 나은 건 아니고, 소프트웨어를 탄생시킨 뿌리 자체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장성호  마야는 하이엔드 유저(최첨단의 기술을 사용하는 전문가)를 목적으로 한 것이고, 3D맥스는 퍼스널 유저(초보자를 포함한 광범위한 개인)를 위한 것이니까 출발 자체가 다르다.

장권호  맥스의 장점은 기술을 쉽고 빨리 익힐 수 있지만, 특정한 효과를 위해 아주 깊이 파고들어가기는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장성호  엄밀하게 CG 기술만 놓고 봤을 때, 순수하게 우리 기술로 만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미 검증이 끝나고 누구나 사용하는 기술이니까.

박관우  원래 CG라는 게, 미국과 캐나다에서 개발된 기술을 전세계에서 활용하는 것이고, 중요한 것은 활용의 노하우다. 이를테면 마야 같은 프로그램은 2만개의 명령어가 있다고 한다. 그 명령어를 조합해서 최적값을 찾아내서 최고의 결과를 뽑는 게 어려운 거다. 소프트웨어란 붓과 물감이라는 도구에 불과하고, 그걸 사용하는 아티스트들이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문제다. 초기에는 할리우드의 몇몇 회사들이 기술을 독점하고 우리는 바라볼 뿐이었다. 그쪽이 필요에 의해 개발한 기술을 상용화하면 그제야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지금도 상황은 마찬가지지만, 사이클이 워낙 빠르니까 웬만큼 평준화됐다고 볼 수 있다. 원천기술이냐 아니냐는 가치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장권호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우리 기술'이라는 걸 고집하는 이유는 있다. <괴물> 역시 거액의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지만, 대한민국에는 괴물에 대한 데이터나 CG작업자의 노하우가 남지 않았다. 데이터 하나 남지 않았다. 괴물의 크리처와 관련해서는 100% 외주를 줬으니까. <디 워>가 100% 한국에서 만든 건 사실이고, 일정한 결과물을 내놓은 것은 인정해야 한다.

박관우  절대적으로 동의하지만 효용가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CG를 하면서 항상 고민하는 게 인풋과 아웃풋의 비율 아닌가. 심형래 감독은 인풋을 굉장히 많이 썼고 그 안에서 이 정도의 아웃풋을 뽑았는데 그만한 시간과 비용을 들일 가치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장성호  그런 모험을 심형래 감독만 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심형래 감독은 일반적인 프로듀서의 마인드와는 굉장히 다르다. <괴물>을 만든 감독과 프로듀서가 외국업체와 작업한 것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뿐 손가락질할 수는 없는 문제다. 근데 음악과 사운드, 색보정은 왜 모두 할리우드 스탭인지 궁금하다. 음악은 훌륭하게 자기 역할을 했지만, 조선시대 장면은 컬러 컨셉 자체가 아예 잘못된 것 같다. 그 사람들은 그 시대의 한국이란 나라가 어떤 컬러 컨셉으로 수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감이 완전히 없었을 테니까.


'이야기는 별로인데, CG는 좋다'는 성립할 수 없는 명제다. <디 워>의 CG가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지점은 분명히 있다. 이 값비싼 영화가 좀더 생산적인 담론으로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묻는다. 우리는 <디 워>의 어느 지점을 칭찬해야 하고, 어느 지점을 아쉬워해야 하나. 한국영화의 CG, 한국영화의 제작환경 전반의 그늘이 <디 워>에도 드리워졌다는 전제를 기억해야 함은 물론이다.

장권호  미국 현지에서 LA 다운타운을 통제해서 촬영했다는 것 자체가 사실 엄청나다. 상황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LA에서 소스촬영을 통해 배경을 미리 찍어두고, 그걸 CG 캐릭터와 합성한 방식을 쓴 것 같은데 꽤 효과적으로 구현됐다. 시내에서 괴물이 난리치는 걸 다양하게 보여줬으니까.

장성호  미니어처도 많이 사용한 것 같은데, 실사와 미니어처, CG 등 각각의 레이어들이 기술적으로 굉장히 잘 합쳐져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장면들은 이미 다른 영화에서 시도됐던 장면들을 그대로 모방했다. 레퍼런스가 주어지면, 따라하는 건 굉장히 쉬운 일이다. 새로운 장면을 설계하고 이를 통해 얻는 기술적인 한계와 노하우, 시행착오의 정보가 중요한데, 이미 만들어진 장면에는 그런 데이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영화 최고의 장면은 선한 이무기와 악한 이무기가 싸우는 장면. 어떤 영화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근데 문제는 이무기의 크리처만 훌륭할 뿐 매트페인팅 등 환경 셋업이 너무 엉망이다. 크리처가 저렇게 완성도 있는데 환경은 저렇게 무성의하다니, 너무 안타까웠다. 레퍼런스가 있는 장면에선 약점이 드러나지 않는데, 직접 장면을 설계한 곳에서는 한계가 보인다.

박관우  나도 이무기들의 결투장면이 좋았다. 이제까지 우리에겐 서양의 용이 익숙했는데, 그처럼 허리가 휘어지고 발톱을 세운 동양의 용을 직접 마주하는 감흥이 색다르더라. 서양의 용은 인간보다 하등하게 그려지지만 동양의 용은 인간보다 우월하게 표현되지 않나. 하지만 <디 워>의 CG에 대한 이야기를 좀더 생산적으로 바꾸려면 역시 근본을 이야기해야 한다. 난 워드프로세서를 잘 다룰 줄 안다. 그렇다고 내가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을까? CG 기술은 그릇에 불과하고, 우리 같은 작업자들은 그 그릇에 음식을 예쁘게 담는 사람이다. 그릇을 이해하고 어떤 음식과 어떤 그릇이 어울릴 것인지를 결정하는 게 슈퍼바이저가 할 일이다. 예를 들어 <터미네이터2>에서 액체금속로봇이 창살을 통과하는 장면. 사람의 얼굴이 창살을 따라 갈라지는 모습이 약간 보여지고 그 다음 컷은 손에 들고 있는 총이 창살에 걸리는 컷이다. 두 번째 컷에는 CG가 전혀 필요없지만, 그 장면을 정말 인상적으로 만드는 건, 바로 두 번째 컷이다. 단 두컷으로 관객은 완벽하게 이해할 테니까. '아. 얘는 통과했는데, 총은 안 되네. 얘는 정말 갈라지나보다.' 근데 그런 장면의 설계는 슈퍼바이저가 한다. 영화 전체를 이해하고 거기에 어울리는 장면을 설계하는 일.

장성호  어떻게 하면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거다. 이를테면 스필버그는 <죠스>를 찍을 때 실제 상어를 거의 등장시키지 않고, 존 윌리엄스의 음악과 상어의 시점숏만으로 우리가 마치 상어를 본 것 같은 느낌을 주지 않았나. 대단한 CG가 없어도 효과적인 장면은 가능하다.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은 스테디캠을 가장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용한 최초의 영화라고 한다. 그전에도 스테디캠 기술이 있었고, 그걸 사용한 영화가 있었지만 사람들은 <샤이닝>을 최초로 기억한다. 어떤 기술이든 감독의 의도를 좀더 돋보이게 만들었을 때 박수를 받는 거지, 기술 자체가 새롭고 독창적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디 워>의 VFX(비주얼 이펙트: 시각효과) 슈퍼바이저라면, 시가지 장면에 대한 시나리오 속 묘사를 이 작품만의 톤과 방식으로 어떻게 장면이 이뤄지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게 맞다.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든지 가능한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

장권호  할리우드에서 작업할 때 우리 회사에 <터미네이터3>의 로봇컨셉 디자인의 의뢰가 들어왔다. <터미네이터3>의 VFX 슈퍼바이저가 회사에 왔고, 나를 포함한 두명의 직원이 그와 함께 방에 들어가서 시나리오를 읽었다. 그리고는 두달 정도 작업해서 3세대 터미네이터의 제안을 만들었다. 결국 그들이 원하는 방향과 달라서 함께하지 못했지만, 일반적으로 할리우드는 그런 식으로 작업한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프리비주얼 작업을 확실히 거친다. 음악으로 치면 정확한 악보를 마련해야지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수 있다. 악보대로 감독은 지휘를 하고, 각 파트의 스탭들이 장기를 살릴 때 하모니가 이뤄진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문화가 아직은 정착이 안 됐다. 비단 <디 워>의 문제만이 아니다. 분명히 들어가는 장면이라고 해서 촬영을 하고 CG를 만들었는데 편집에서는 잘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컷 한컷이 다 돈인데.

장성호  그게 한국영화 CG의 문제다. 사전에 이 장면이 어떻게 만들어질까에 대해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는다. 매번 장면설계부터 셋업. 현장 컨트롤까지 제안하지만 실행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내가 작업한 것 중 가장 권한을 많이 부여받았던 게 <화산고>와 <역도산>인데, 결국 CG의 완성도는 그 영화들이 가장 높았다. <화산고> 때는 지금과 같은 프리비주얼 작업은 안 했지만 영화의 스토리보드 80%를 감독님과 내가 함께 만들었고, VFX가 들어가는 장면에서는 감독님 옆에서 내가 OK 여부를 이야기했다. 단지 콘티를 동영상으로 만드는 것이라면 그건 프리비주얼이 아니다. 어떤 장면의 의도가 무엇이고 그를 위해서 각 파트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렌즈 사이즈 하나, 디렉션 하나만 바뀌어도 프리비주얼은 무의미해진다. 1977년작 <스타워즈>의 프리비주얼 작업을 DVD에서 봤다. 비디오카메라로 ILM 직원이 연기하는 장면, 2차대전 공중전 자료필름으로 이뤄진 건데, 그게 완성된 영화와 거의 비슷했다. 우주선의 동선이나 폭발하는 타이밍, 컷의 시작과 끝 등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장권호  VFX 영화는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영화를 끝낸다는 말이 있다. 어쨌거나 요즘은 영화제작에서 특수효과가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니까 그 부분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으면 낭비가 많아진다.


<디 워>의 성과는 소중하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작업자들이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모두가 입을 모은다. <디 워>의 엔딩 크레딧에서 CG 파트에 속한 이름은 30명 정도. 국내영화로 생각하면 평균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지만, 이 정도 규모의 VFX영화임을 고려하면 열악한 환경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의 값진 경험이 고스란히 한국영화의 토양이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장성호  한 작품을 6, 7년의 시간을 두고 작업한다는 건 굉장히 부러운 환경이다. 하지만 예산이 (배급사에서 밝힌 것처럼) 300억원이든 (IMDb에 나온 것처럼, 각종 인프라 구축비용까지 합쳐서) 700억원이든, 그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면 효율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만일 300억원이 들었다면 그중 100억원에서 150억원이 CG를 위해 쓰였다는 건데, 장비값이나 인건비가 빤한 상황에서 6, 7년을 버티기엔 너무 적은 돈이고, 만일 700억원이라면 할리우드와 비교해도 결코 싼 가격이 아니다.

박관우  내러티브를 비롯한 전체적인 영화의 완성도는 딱 미국의 DVD용 B급영화인 셈인데, 할리우드에서도 그런 영화는 1천만달러 심지어 500만달러 안에서도 만든다.

장권호  <용가리> 비디오가 미국에서 출시됐을 때 미국에 있었는데, 실제로 미국 최대 비디오체인인 블록버스터에서 2주간 대여순위 1위 표시가 돼 있었다. 신간 중에서도 인기작만 비디오를 눕혀서 진열대에 진열하기 마련인데, <용가리>는 진열대 두 개 전체를 그렇게 깔았으니까. 2주 뒤에는 아무도 안 봤다는 게 문제였지만. (웃음) <용가리>를 '넥스트 제너레이션 고질라'로 굉장히 마케팅을 잘했던 것 같다. 어쨌거나 10년 동안 단 두편의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굉장히 박수칠만한 시도였다고 본다.

박관우  심형래 감독이 <용가리>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본 것 같다. 미국처럼 장르영화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부가판권만 해도 엄청나니까.

장성호  우리가 사용하는 CG 기술 중 상당수가 프랑스산 아닌가. 장 피에르 주네의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는 프랑스에서 모두 CG를 한 것인데, 그때 이미 훌륭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런데 프랑스는 몇 천만달러짜리 VFX 영화를 기획하지 않는다. 시장이 작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심형래 감독은 역시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다. 어쨌거나 거기 참여한 VFX 스탭들이 한국에서 보기 드문 스페셜리스트였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결국 <디 워>는 환경이 갖추어지기만 한다면 우리도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증거가 된다. 또한 한국의 VFX 관계자들 역시 반성할 지점이 있다. 환경이 좋지 않아서, 인풋이 별로 없어서, 결과가 이렇다는 게 우리의 핑계였으니까. 예를 들어 <중천>. 사실 CG의 원천기술을 이야기한다면 <중천>이 훨씬 주목받을 만했다. 직접 개발한 프로그램도 있었고 완성도도 있었지만, 우리끼리 훌륭하고 새롭다고 박수치면 뭘 하나. 기술 자랑하려고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니까 적절한 배합이 중요하다. 비용이 더 들어도 외국에서 작업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은 우리의 잘못이다. <디 워>를 만들면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결과물이 유지된 상태에서 그 사람들이 다음 작품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더 짧은 기간에 더 적은 비용으로 그런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거다. 경험의 노하우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거니까. 심형래 감독이 여태껏 고생한 영구아트무비 직원에게 충분한 보상과 비전을 제시하길 바란다.

박관우  이번에 <로보트태권>의 실사영화를 제작하면서, 자체 CG팀을 꾸리는 게 아니라, 한국에 있는 최고의 팀들과 작업할 생각이다. 사실 한국은 꽤 좋은 인력을 갖추고 있다. 나는 거기서 판을 짜고 사람을 모으는 역할을 할 거다. 할리우드에서는 보통 한 영화에 굉장히 많은 CG 회사들이 참여하지 않나.

장권호  영화마다 다르지만, <매트릭스> 같은 영화는 거의 20개가 넘었다고 들었다.

박관우  회사마다 특징과 장점이 있고, 그걸 조합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한국에도 어떤 회사는 물과 관련한 CG가 최고, 어떤 회사는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에서 최고 하는 식이 있을 수 있다. 최고와 최고를 연결하면 결과물도 최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장성호  <중천> 때 그런 시도를 했다. 하지만 그만큼 효율적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 밖에도 몇 차례 협업 시도가 있었지만 마찬가지였다. 그게 잘되려면 VFX 슈퍼바이저가 완전한 장악력을 행사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슈퍼바이저가 대부분 특정 업체의 대표다. 자신의 이해관계가 있으니 철저하게 작품을 우선시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장권호  할리우드에는 감독, 촬영감독, 미술감독이 제작사 안에서 꾸려지듯이 VFX 슈퍼바이저도 제작사에 소속된다. 그 사람이 제작사 편에서 여러 업체에 외주를 주고 서로 부드럽게 작업할 수 있도록 컨트롤한다.

박관우  VFX든 촬영이든 미술이든 거기는 감독에게 각 분야의 전문가를 붙여준다. 하지만 그런 전문가시스템이 한국에 정착되기는 참 힘든 것 같다. 의식의 문제도 있지만 역시나 시장의 규모를 생각해야 하니까.

장성호  VFX는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개인이 아무리 뛰어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장권호 어쨌든 한국이란 판 안에서 심형래 감독 같은 베팅을 하는 게 힘든 건 사실이니까.

박관우  <구미호>는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어쨌든 한국에서 판타지 장르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준 영화였다. <은행나무 침대>가 만들어지고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그 영화가 있었으니 가능했다. 이후 몇년간 판타지영화가 여러 편 만들어졌고.

장성호  <은행나무 침대>는 우리나라도 VFX가 가치있게 쓰일 수 있다는 믿음을 준 첫 번째 영화라는 의미가 있다. 처음 충무로에서 작업할 당시 한해 제작되는 60, 70편의 영화 중 CG가 사용되는 영화는 한두편이었는데 요즘은 70, 80편이 제작된다면 안 쓰는 게 한두편이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짧은 기간에 굉장히 많은 성과를 이룬 건 사실이다.

박관우  돌이켜보면 <구미호>와 <은행나무 침대>를 제작한 신씨네의 신철 대표가 CG 업체를 운영하기도 했으니, 지금의 심형래 감독과 비슷한 케이스였다. (웃음) 한국 최초로 여러 가지를 시도하면서 굉장히 재밌었고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장권호  삼성경제연구소 조사 결과, 한국영화 후반작업 업계의 1년 시장 규모가 280억원 정도라고 들었다. 어쨌거나 시장이 굉장히 작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디 워>가 거둔 성공이 반갑다. 이로 인해서 새로운 장르가 개척되고, 현재의 한국영화가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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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olve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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