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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6/12/22 빌리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by Wolve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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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인 더 워터 (Lady in the Water, 2006)

감독 :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 폴 지아마티,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 제프리 라이트, 밥 발라밴, M. 나이트 샤말란, 신디 청, 프레디 로드리게즈

여자들을 위해 벌레를 잡아주고 변기, 형광등 같은 것을 고치는 소소한 일을 하는 아파트 관리인 클리블랜드 힙은 의사 출신으로, 가족들을 강도에게 잃었다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아파트 수영장에서는 저녁 7시 이후에 수영이 금지되어 있는데 누군가 몰래 수영을 하고 있다는 불평을 듣게 됩니다. 새벽에 누군가 수영하는 소리를 듣고 수영장에 나갔던 클리블랜드는 스토리라는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는 블루 월드에서 온 나프라는 종류의 요정이었습니다.
클리블랜드는 아파트의 영순 모녀를 통해 나프 전설의 내용을 알게 됩니다. 스토리는 나프 중에서도 특별한 힘을 가진 '마담 나프'가 될 것이며 늑대처럼 생긴 괴물 스크런트는 규율을 어겨서라도 스토리를 죽이려 하는데, 아파트 사람들이 특별한 힘을 발휘하여 스토리를 돕게 됩니다.

굉장히 뒷맛이 나쁜 영화였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스토리의 곁에서 가디언, 징조를 읽는 자, 사명을 가진 자, 치료자, 길드 등등의 능력을 얻어 그녀를 돕는다는 설정은 재미있고 브라이언 댈러스 하워드 예쁜 데다가 폴 지아마티 연기 좋고, 호감가고, 다른 배우들이나 캐릭터들도 아주 좋았습니다. 반전과 스펙터클한 볼거리가 없는 것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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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마담 나프이자 스토리인 "레이디 인 더 워터"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 저 혼자서만 수중녀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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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맥스의 대결

감독 멋대로 지어낸 나프 전설이 한국인 모녀 중 어머니의 입에서 나오는 건 황당했고, 한국인 모녀의 한국인 대사는 성우가 더빙한 게 오히려 분위기를 깰 정도로 어울리지 않았지만(신디 청의 제일 마지막 한국어 대사는 더빙한 게 아니더군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새로 아파트에 입주한 영화 평론가 해리 파버였습니다.

<판타스틱 소녀백서>에서 도라 버치의 아버지 역을 맡았던 밥 발라밴이 연기한 해리 파버는 요즘 영화들은 형편 없다는 말을 늘어놓는, 무뚝뚝하고 불쾌한 성격을 가진 영화 평론가로 (고의는 아니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영화 지식을 바탕으로 치료자, 징조를 읽는 자, 길드의 정체를 찾던 클리블랜드가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듭니다. 그 결과 스토리는 죽음의 위기에 놓이고, 그 자신은 아파트로 들어온 스크런트에게 죽음을 당합니다. 이 남자는 이 영화에서 죽음을 당하는 유일한 인물입니다. 심지어 스크런트조차 타투틱들에게 끌려가는 장면만 나오지 죽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데, 게다가 샤말란 감독은 해리 파버가 죽음을 당하는 순간을 아주 우스꽝스럽게 묘사해 놓음으로써 (스크런트와 마주친 해리 파버는 혼잣말을 합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좀 늘어놓자면 해리 파버가 와. 이거 개가 아니네. 호러 영화의 한 장면 같아. 내가 재빨리 고개를 돌리고 나가서 문을 닫으면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빠져나가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고 고개 돌리자 마자 스크런트가 달려들어 파버를 물어 죽입니다.) 평론가에 대한 자기의 적개심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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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순을 정신없이 쳐다보는 맨 왼쪽 남자가 해리 파버

감독들이 평론가들을 영화 속에서 우스꽝스럽게 그리는 건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레이디 인 더 워터>에서 이걸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은, 영화 자막이 다 올라가고 샤말란이 자기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것 같은 한 마디가 마지막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자, 한 번만 더 들려줄께. 그리고 가서 자는 거야." 결국 <레이디 인 더 워터>는 샤말란이 누군가의 (아마 자신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동화였는데,(거기다 상처받은 사람들과 세계의 구원의 문제를 덧씌운) 그런 동화에다 자기의 사적인 원한과 적개심을 넣은 것입니다.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 될까요.

이런 증오는 샤말란이 영화 내내 말하고자 했던 주제와 어울리지도 않습니다. 세상을 혐오한 나머지 아파트에서 은둔하고 있는 남자(이름이 리즈였던 것 같은데)가 자기 방에서 보고 있는 TV에는 미국 군인들이 부지런히 나옵니다. 아마 이라크와 관련된 뉴스겠죠. 그는 사람들이 구원받을만한 가치가 있느냐고 클리블랜드 힙에게 질문을 합니다. 또한 이 영화에서는 사람들이 스토리를 무사히 돌려보내면 세상이 바로잡히게 되는데, 슬럼프에 빠진 작가로 직접 출연한 샤말란(아마 자신의 현재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겠지만)은 스토리로부터 자기 글의 영향을 받은 아이가 나라를 다스리게 되고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예언을 듣습니다. 스토리가 클리블랜드를 만나서 글을 쓰는 사람을 먼저 찾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야기가 글을 만나 세상을 변화시키고 샤말란은 작가 역할로 직접 출연합니다. (솔직히 낯간지러운) 그의 자아도취와 야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만약 증오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훨씬 순수하게 봐줄 수 있었을 겁니다.

앞으로 샤말란 감독에게서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정도면 자기 바닥까지 보여준 것 아닙니까? 따져 보면 이 영화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도 좋지 않았습니다. 클리블랜드는 스토리가 요정이라는 걸 너무 쉽게 믿고, 극중에서 샤말란이 연기한 빅도 비중은 크지만 그 역할은 모호합니다. 마지막 장면이 너무 허무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웃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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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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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로드리게즈는 레지 역을 맡았는데, 레지는 오른쪽 근육만 키우는 인물입니다. 사진으로 봐도 왼쪽 팔과 오른쪽 팔이 다르죠. 저렇게 해 보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맘에 들어서 말입니다.

- 2006. 10. 18
Posted by Wolverine
빌리지 (The Village, 2004)

감독 :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 와킨 피닉스,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 에이드리언 브로디, 시고니 위버, 윌리엄 허트, 주디 그리어, 브렌단 글리슨


월요일 조조로 본 [빌리지]는 전반적으로는 굉장히 지루한 영화였습니다. 노아 퍼시가 루시어스 헌트를 칼로 찌를 때까지 얼추 60분. 어쩔 수 없이 몸을 꼬게 될 수 밖에 없었죠. 영화는 느긋하게 봐야 되는데, 그놈의 반전이 언제 나오나 생각하다보면 조급해지거든요. 그게 폐해죠. 다른 것들을 무시하게 만드니.

그 지루한 한시간 동안 눈을 사로잡는 놀라운 장면이 두 개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괴물이 마을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아이비가 루시어스를 기다리면서 문밖에 기다리고 서 있죠. 식구들은 문을 닫으라고 난리치는데 마악 괴물이 다가와 그녀에게 다가설 때 루시어스가 한 발 먼저 아이비의 손을 꼭 잡아주죠. 그 느린 장면이 다른 영화들의 여주인공의 구출씬보다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느꼈고. 또, 노아가 루시어스를 찌를 때. 바닥에 쓰러진 루시어스앞에서 울먹이다가 다시 한번 칼로 찌르는 그 장면. 시적이었달까요.

그리고 문제의 반전, 사실 모든 것이 장로들의 조작이었음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부분에서는 놀라지 않았죠. 누가 괴물 노릇을 했다는 것까지 알고 갔거든요. 그러나 아이비가 Security Guard를 만나는 장면에서는 놀랄 수 밖에 없었죠. 영화의 배경이 19세기가 아니라 21세기의 현재임이 밝혀지는 순간, 지금까지 쌓아온 이야기 구조는 해체됩니다. 이건 거의, V에서 모든 것이 사실은 도노반의 꿈이었다는 루머와 맞먹는 수준 아닌가? 지금까지 해왔던 괴물 이야기가 현대의 폭력에 상처받은 이들이 운영하는 공동체 이야기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거니까요. 경이로웠습니다.

영화는 아이비가 약을 갖고 루시어스에게로 돌아오면서 끝납니다. 약을 갖고 왔긴 했지만 루시어스가 죽을지 살아남을지, 마을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등은 미지수죠. 이 결말은 끝나는 게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거고, 돌이켜 보면 [식스 센스]에서도 그런 식이었어요. 브루스 윌리스는 어디로 갈까요?
다른 누가 한 이야기거나 터무니없는 억측이겠지만 전 그런 생각을 합니다. 현대 공포영화의 문법이 위협적인 타자의 존재를 상정하는 샤말란의 반전은 그걸 깨기 위해 고안한 장치가 아닐까. 지금까지 위협적이었던 타자의 존재는 사라지고 영화의 플롯과 주인공이 접하는 세계의 양상도 달라져요. 이건 분명히, 주체에게 인식과 세계관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샤말란의 영화는 상당히 철학적이지 않나요? 물론 잘 기억나지 않는 [언브레이커블]이나 [사인]을 다시 보고 얘기하는게 이치에 맞겠죠.

문화학이나 인류학의 지식이 있으면 이 영화를 훨씬 재미있게 볼 수 있었을 텐데요. 마을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장로들은 금기와 양식화된 제의를 만들어내죠. 그리고 희생양. 노아의 희생을 발판 삼아 마을의 비밀이 지켜지죠. [황금가지]에 한번 맞춰보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그러고 보면 노아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노아는 사실 장로들을 빼면 마을의 비밀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죠. 저는 노아가 계속 괴물 노릇을 해오지는 않았을 거라고 봐요. 마을에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노아는 식구들과 함께 있었으니까. 그가 마지막에 괴물 노릇을 한 것은 아이비를 마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만들고 싶어했기 때문이죠. 그만큼 아이비를 루시어스에게 뺏기지 않고 싶었던 걸테고. 물론 이러한 가정은 누가 어떻게 괴물 노릇을 했다는 것까지 노아가 모두 알고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노아가 거침없이 숲을 드나들거나 괴물의 출현에도 놀라지 않는 건 그걸로 설명이 됩니다.
그렇게 보면 노아의 죽음은 필연적이죠. 예언자/광인/마녀, 뭐라고 부르든 그는 마을을 위협하는 존재입니다. 누군가 죽일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아이비와 루시어스는 함께 마을을 지켜나가겠죠. 그들은 공모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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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여자 아이비. 그런데, 맹인이라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면 아이비는 여러번 눈을 깜빡거립니다. 그게 가능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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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결정적인 전환점. 누구나 질투심을 갖고 있죠. 살인까지 이를 정도는 아니었지만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몇차례 격렬한 질투심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다시 느끼기 두려울 정도로 괴롭고 어두운 감정이었습니다.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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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와 창에 비친 그림자로만 잠깐 출연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그러고 보니 미스터 빈을 닮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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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는 참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네요. 어쩌면 그는 마을 장로들의 비밀은 물론 지금이 19세기가 아니라는 사실까지 알고 있지 않았을까요? 혹시 아이비때문에 떠나지 못했던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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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가 몇종류 있지만 그 가운데서 이 포스터를 올려봅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스틸컷들은 영화만큼이나 정적이네요. 영화에는 뭔가 폭발하는 순간들이 여러 번 있지만 스틸컷들은 그것을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 2004. 10. 6
Posted by Wolver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