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크 부산 허문영 원장이 시네마테크 부산 소식지 5호에 쓴 글
店主雜談
자크 타티 특별전을 열면서 만든 자료집에, 저명한 평론가 조너선 로젠봄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로젠봄은 실현되지 못한 타티의 마지막 프로젝트 <혼란>의 각본가로, 만년의 타티를 가까이서 지켜보았습니다. 그의 글엔 자연인으로서의 타티의 모습이 묘사돼 있습니다. 그 글에서 정말 인상적인 건 로젠봄의 배꼽을 쥐게 만든 일상에서의 타티의 우스꽝스런 즉석 연기가 아니라 비서의 사소한 잘못에도 분을 참지 못하고 불같이 화를 내는 장면이었습니다. 우리의 다정한 윌로씨라면 그러지 않았겠지요.
장 르느와르가 그의 자서전에서 전해준 일화도 생각납니다. 찰리 채플린을 신처럼 숭배했던 르느와르는 채플린의 이혼한 두 번째 부인 폴레트 고다드(모던 타임즈의 그 소녀)와 친해졌습니다. 그리고 폴레트의 활달하고 온화한 성품에 깊이 감화돼 "채플린이 어떻게 당신 같은 여인과 헤어졌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폴레트는 채플린이 자신을 떠난 게 아니라 자신이 채플린을 떠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채플린은 일상 생활에서 너무 재미없고 우울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르느와르의 기억할만한 표현, "채플린은 모든 유머를 자신의 영화를 위해 아껴둔 사람이었다."
위대한 희극의 창조자들의 정신에 이런 깊은 어둠이 있다는 건 흥미로운 일입니다. 그것은 타고난 성품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창작에 대한 미치광이 같은 집착이 낳은 결과라고 추측됩니다.
자크 타티 특별전 직후에 열리는 특별전의 주인공 베르너 헤어쪼그의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페루 산악지대에서 <아귀레, 신의 분노>를 촬영하던 중, 지옥 같은 촬영 현장에 치를 떨면서 철저히 비협조적으로 변한 주연 배우 클라우스 킨스키에게 헤어쪼그는 총을 겨누며 말합니다. "영화를 찍을 텐가, 아니면 여기서 죽을 텐가." <아귀레, 신의 분노>를 보면(이 영화는 정말 스크린으로 보기 전에는 봤다고 말할 수 없는 온통 육체적인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정말 미치광이의 집착이 만든 영화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든 그 집착이, 어쩌면 그런 집착만이, 시간의 벽을 넘어 오늘의 우리를 전율케 하는 그들의 창작을 가능케 했겠지요. 무기력과 타협이 상식이 된 시대에, 멈출 줄 몰랐던 미친 예술가들과의 만남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원장 허문영
- 2006. 8. 7
店主雜談
자크 타티 특별전을 열면서 만든 자료집에, 저명한 평론가 조너선 로젠봄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로젠봄은 실현되지 못한 타티의 마지막 프로젝트 <혼란>의 각본가로, 만년의 타티를 가까이서 지켜보았습니다. 그의 글엔 자연인으로서의 타티의 모습이 묘사돼 있습니다. 그 글에서 정말 인상적인 건 로젠봄의 배꼽을 쥐게 만든 일상에서의 타티의 우스꽝스런 즉석 연기가 아니라 비서의 사소한 잘못에도 분을 참지 못하고 불같이 화를 내는 장면이었습니다. 우리의 다정한 윌로씨라면 그러지 않았겠지요.
장 르느와르가 그의 자서전에서 전해준 일화도 생각납니다. 찰리 채플린을 신처럼 숭배했던 르느와르는 채플린의 이혼한 두 번째 부인 폴레트 고다드(모던 타임즈의 그 소녀)와 친해졌습니다. 그리고 폴레트의 활달하고 온화한 성품에 깊이 감화돼 "채플린이 어떻게 당신 같은 여인과 헤어졌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폴레트는 채플린이 자신을 떠난 게 아니라 자신이 채플린을 떠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채플린은 일상 생활에서 너무 재미없고 우울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르느와르의 기억할만한 표현, "채플린은 모든 유머를 자신의 영화를 위해 아껴둔 사람이었다."
위대한 희극의 창조자들의 정신에 이런 깊은 어둠이 있다는 건 흥미로운 일입니다. 그것은 타고난 성품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창작에 대한 미치광이 같은 집착이 낳은 결과라고 추측됩니다.
자크 타티 특별전 직후에 열리는 특별전의 주인공 베르너 헤어쪼그의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페루 산악지대에서 <아귀레, 신의 분노>를 촬영하던 중, 지옥 같은 촬영 현장에 치를 떨면서 철저히 비협조적으로 변한 주연 배우 클라우스 킨스키에게 헤어쪼그는 총을 겨누며 말합니다. "영화를 찍을 텐가, 아니면 여기서 죽을 텐가." <아귀레, 신의 분노>를 보면(이 영화는 정말 스크린으로 보기 전에는 봤다고 말할 수 없는 온통 육체적인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정말 미치광이의 집착이 만든 영화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든 그 집착이, 어쩌면 그런 집착만이, 시간의 벽을 넘어 오늘의 우리를 전율케 하는 그들의 창작을 가능케 했겠지요. 무기력과 타협이 상식이 된 시대에, 멈출 줄 몰랐던 미친 예술가들과의 만남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원장 허문영
- 2006.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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