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저주 ((Dawn Of The Dead, 2004)
감독 : 잭 스나이더
출연 : 사라 폴리, 빙 레임즈, 제이크 웨버, 타이 버렐, 메키 파이퍼
감독 : 잭 스나이더
출연 : 사라 폴리, 빙 레임즈, 제이크 웨버, 타이 버렐, 메키 파이퍼
요새 스티븐 킹의 Salem's Lot을 읽고 있습니다. 우리말로 번역된 것을 찾지 못해서 원어를 갖고 씨름하고 있지만 그럴 만한 보람이 있습니다. 언제쯤 좋은 번역본이 나온다면 그걸 읽는 맛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흡혈귀와 좀비는 전염되는 괴물입니다. 흡혈귀-좀비의 희생자들은 곧 또다른 괴물로 변신합니다. 그러나 Salem's Lot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흡혈귀의 내습은 은밀하고 끈질기며, Salem's Lot이라는 작은 마을을 점령하는 것 조차 순식간에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반면 좀비의 공격은 좀 스케일이 큰 편입니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보니 세계는 온통 좀비 투성이에다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는 아수라장, 지옥이 지상에 재현된 것 같은 광경이 펼쳐집니다. 흡혈귀와 좀비의 차이는 만성 질환과 급성 질환의 차이 같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공통점은 있습니다. 온 세계가 이들에게 점령당하고, 정상적인 인간들은 숨을 곳을 잃어버리는 것, 그것이 이들 감염-괴물들이 등장하는 영화의 궁극적인 공포가 아닐런지.
<새벽의 저주>는 그런 의미에서 좀비판 신세계 교향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들을 밀어낸 좀비들의 새로운 세상.라는 제목이 <새벽의 저주>로 바뀐 것은 그래서 좋지 않습니다. 죽은자들의 새벽이라... 새마을 운동 주제가라도 들려올 것 같지만, 반면 <새벽의 저주>라는 제목은 영화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냥 멋대로 번역해서 붙인 제목이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네요.
보고 느낀 바를 말하자면 이 영화는 킬링 타임 용으로서 그럭저럭 몫을 합니다. 영화 오프닝 씬과 라스트 씬 및 몇몇 훌륭한 고어장면, 특히 절정부의 전기톱 장면 등은 멋지죠. 그리고 유머. 건너편 건물에 고립된 남자와 체스 시합을 하는 장면이나 건물 바깥에서 돌아다니는 좀비 사격 놀이 등은 관객들에게 충분한 웃음을 줍니다. 그러나, 분명히 중반 출산장면까지는 호러 영화였던 <새벽의 저주>는 갑자기 액션 영화로 변신하게 되는데, 어쩌면 아이디어가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영화 자체도 새로운 것이 별로 없는데, 중반에 나오는 아기좀비는 <데드 얼라이브>에서 따온 거겠죠? 라스트 씬도 상당히 영리하게 다뤄서 티가 잘 안나지만, 루치오 풀치의 <좀비>나 <데몬스> 등의 변주인 것 같고. <28일후>를 아직 못봐서 초반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을 못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원작의 풍자와 은유를 하나도 담아내지 않고 있는데, 제 생각엔 조지 로메로도 이런 영화에 만족했을 것 같진 않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좀비들이 나타나고, 사람들은 쇼핑센터로 도망가는데 무슨 까닭인지 모르게 좀비들은 쇼핑센터로 꾸역꾸역 몰려듭니다. 하지만 여기서 쇼핑센터라는 공간은 아무런 의미를 담지 않은, 그냥 넓고, 방도 많고, 먹을 거 충분한 그런 장소일 뿐입니다. 가만 보니 설명은 일체 없고 거기에 내던져진 사람들만 죽어라 싸우고 있네요. 인간 주인공들의 언해피엔딩은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요? 뭘 알아야 어떻게 하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닌가요...
영화를 보고 나와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만히 더듬어 보니 이 영화의 좀비들은 <터미네이터 2>의 T-1000만큼이나 잘 뜁니다. 그러고 보니 영화 오프닝에서 차를 타고 도망가는 사라 폴리를 남편이 쫓아가는 장면도 터미네이터 2를 생각나게 하네요. 진짜 액션좀비 아닙니까... 그렇지만 좀비는 그렇게 빠른 물건이 아닙니다. 좀비의 무서움은 빠름이 아니라, 꾸역꾸역 몰려오는 인해전술로 사람들의 기를 꺾는데 있죠. <새벽의 저주> 포스터 보고 무섭다고 하시는 분들 계신데, 포스터만 무섭지 <새벽의 저주>도 좀비도 그렇게 두려워할 게 아닙니다. 만약 좀비가 나타나면 소금을 뿌리세요. 좀비 퇴치에는 소금이 좋다고 합니다.
- 2004. 5. 7
흡혈귀와 좀비는 전염되는 괴물입니다. 흡혈귀-좀비의 희생자들은 곧 또다른 괴물로 변신합니다. 그러나 Salem's Lot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흡혈귀의 내습은 은밀하고 끈질기며, Salem's Lot이라는 작은 마을을 점령하는 것 조차 순식간에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반면 좀비의 공격은 좀 스케일이 큰 편입니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보니 세계는 온통 좀비 투성이에다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는 아수라장, 지옥이 지상에 재현된 것 같은 광경이 펼쳐집니다. 흡혈귀와 좀비의 차이는 만성 질환과 급성 질환의 차이 같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공통점은 있습니다. 온 세계가 이들에게 점령당하고, 정상적인 인간들은 숨을 곳을 잃어버리는 것, 그것이 이들 감염-괴물들이 등장하는 영화의 궁극적인 공포가 아닐런지.
<새벽의 저주>는 그런 의미에서 좀비판 신세계 교향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들을 밀어낸 좀비들의 새로운 세상.
보고 느낀 바를 말하자면 이 영화는 킬링 타임 용으로서 그럭저럭 몫을 합니다. 영화 오프닝 씬과 라스트 씬 및 몇몇 훌륭한 고어장면, 특히 절정부의 전기톱 장면 등은 멋지죠. 그리고 유머. 건너편 건물에 고립된 남자와 체스 시합을 하는 장면이나 건물 바깥에서 돌아다니는 좀비 사격 놀이 등은 관객들에게 충분한 웃음을 줍니다. 그러나, 분명히 중반 출산장면까지는 호러 영화였던 <새벽의 저주>는 갑자기 액션 영화로 변신하게 되는데, 어쩌면 아이디어가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영화 자체도 새로운 것이 별로 없는데, 중반에 나오는 아기좀비는 <데드 얼라이브>에서 따온 거겠죠? 라스트 씬도 상당히 영리하게 다뤄서 티가 잘 안나지만, 루치오 풀치의 <좀비>나 <데몬스> 등의 변주인 것 같고. <28일후>를 아직 못봐서 초반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을 못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원작의 풍자와 은유를 하나도 담아내지 않고 있는데, 제 생각엔 조지 로메로도 이런 영화에 만족했을 것 같진 않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좀비들이 나타나고, 사람들은 쇼핑센터로 도망가는데 무슨 까닭인지 모르게 좀비들은 쇼핑센터로 꾸역꾸역 몰려듭니다. 하지만 여기서 쇼핑센터라는 공간은 아무런 의미를 담지 않은, 그냥 넓고, 방도 많고, 먹을 거 충분한 그런 장소일 뿐입니다. 가만 보니 설명은 일체 없고 거기에 내던져진 사람들만 죽어라 싸우고 있네요. 인간 주인공들의 언해피엔딩은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요? 뭘 알아야 어떻게 하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닌가요...
영화를 보고 나와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만히 더듬어 보니 이 영화의 좀비들은 <터미네이터 2>의 T-1000만큼이나 잘 뜁니다. 그러고 보니 영화 오프닝에서 차를 타고 도망가는 사라 폴리를 남편이 쫓아가는 장면도 터미네이터 2를 생각나게 하네요. 진짜 액션좀비 아닙니까... 그렇지만 좀비는 그렇게 빠른 물건이 아닙니다. 좀비의 무서움은 빠름이 아니라, 꾸역꾸역 몰려오는 인해전술로 사람들의 기를 꺾는데 있죠. <새벽의 저주> 포스터 보고 무섭다고 하시는 분들 계신데, 포스터만 무섭지 <새벽의 저주>도 좀비도 그렇게 두려워할 게 아닙니다. 만약 좀비가 나타나면 소금을 뿌리세요. 좀비 퇴치에는 소금이 좋다고 합니다.
- 2004.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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