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온 비디오판(呪怨: Ju-on, 2000)
감독 : 시미즈 다카시
출연 : 야나기 유레이, 구리야마 치아키, 히토미 미와
가야코였던가요? <주온> 극장판에서 원귀가 이불 속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밀던 장면은 우리나라에선(일본에서는 어떤지 몰라서요) <링>의 TV 장면 만큼이나 유명합니다. 귀신의 얼굴이 앙드레 김 얼굴로 바뀌어있는 등의 패러디물도 있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영화의 만족도를 따져봤을 때 <주온> 극장판은 <링>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영화는 무서울 만하면 다른 장면으로 넘어가고 줄거리는 제대로 따라잡을 수 없었죠. 저는 그저 실소를 지을 뿐이었습니다. 뭐 이래!
극장판에 크게 실망했지만(오죽하면 <주온 2>는 쳐다보지도 않았겠습니까만) 여전히 비디오판에 대한 기대는 남아있었습니다. 비디오판이 오리지널인데다, 극장판보다 훨씬 무섭다는게 중론이었으니까요. 언제쯤 구해서 봐야 되겠다고 생각만 하던 중이었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여름도 다 지나간 마당에 케이블에서 방영을 해주데요.
<주온> 극장판을 먼저 본게 사실은 축복이었달까요. 영화에 대한 기대는 하고 있었습니다만 아주 큰 것은 아니었고, <주온>이라는 영화에 약간이나마 익숙해져 있었기에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기도 쉬웠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순서대로 줄거리를 정리하자면, 사에키 다케오와 사에키 가야코(후지 다카코)는 부부로, 사에키 가야코는 학창 시절부터 약간 기분나쁜 분위기를 풍기던 여자였습니다. 그녀는 나중에 토시오의 담임 선생이 되는 고바야시를 짝사랑해왔고, 그의 아이를 갖게 된 채 결혼하게 됩니다(고바야시도 모르게). 그 아이가 바로 토시오인거죠. 의처증을 가진 남편은 토시오를 학대하다가 결국 부인과 토시오를 모두 살해하고 맙니다. 이게 주원(呪怨)의 근원인 셈이죠. 조금 대담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파악한 것이 크게 틀리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토시오가 장기 결석하자 고바야시는 가정 방문을 하게 됩니다. 거기서 모든 사실을 알게 되고 가야코의 원귀에게 살해당합니다. 고바야시가 죽기 전, 사에키 다케오는 고바야시의 만삭인 아내를 살해하고 태아를 뱃속에서 꺼내버립니다만, 원귀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이 원귀는 아무래도 고바야시의 아내겠죠.
세월이 흘러 집은 깔끔하게 정비되고 이 집에 새로 들어온 칸나 가족이 저주의 희생자가 되는 것이 다음 일어난 일입니다. 츠요시와 노리코, 칸나, 츠요시의 여자친구인 미즈호까지 희생되고 나면, 집의 소유주인 부동산 업자가 고용한 영매 교코의 이야기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극장판에서는 사건을 맡게 된 형사의 이야기 등이 포함되어 길게 가지를 치지만 비디오판은 훨씬 간략합니다. 스페인판 dvd 버전의 러닝타임이 더 길다니, 늘어난 20분 속에 다른 에피소드가 포함되어 있을테지요.
개인적으로, <주온> 비디오판 역시 크게 무서운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일본어를 모르는 저로서는 팔백가면님이 지적한 이 영화의 싼티나 어색한 대사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었죠. 하지만 비디오판은 극장판보다는 훨씬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 무서울만하면 끊는 버릇은 똑같고, 가끔은 코미디같은데도 그렇습니다. 왜 그럴까, 아무리 생각해도, 저로서는 이 영화가 큰 야심 대신 소소한 흥미로 꽉 차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에로비디오 삘이 나는 화면은 작정하고 사람을 겁주려 했던 건 아닌 것 같아요. 쌍안경을 들고 남의 집을 엿보는 기분으로 고양이 울음 소리를 내는 남자애,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기분나쁜 여자, 어린 아이가 그린 괴상한 그림, 턱없는 여자(이것 하나만큼은 길이길이 기억에 남을 만 했습니다) 귀신, 어린 학생 역을 맡은 귀엽기 그지없는 쿠리야마 치아키와 청순한 요시유키 유미, 비닐봉지에서 기어나오는 시체를 감상하다보면 한 시간이 만족스러운 거죠. 딱 한 시간이.
부분의 합이 전체를 넘어선다고나 할까요. 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몇 개 따든 저는 이 영화를 고르겠습니다.
한쪽에서 토시오가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으면 반대쪽에서 영문을 모르고 토시오를 바라보는 사람 한 명.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꿈틀거리는 그 무엇. 주온을 그림으로 표현하려면 딱 이 한 장으로 표현될 것 같습니다.
사족: 영화를 보기 전 정말 기분 나쁜 일을 겪었습니다. 갑자기 밖에서 찢어지는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리더군요. 무슨 감창소리 같기도 하고, 싸우는 소리같기도 한게 10초, 20초 간격으로 계속 들리는데, 밖에 나가봐도 어디서 누가 지르는 소리인지 찾을 길이 없더군요. 참아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괜스런 죄책감까지 느껴지는데. 비오는 밤에다 여자의 비명소리라, 공포영화 관람 환경으로는 최적이랄 수 밖에. ㅡ.ㅡ;;
- 2004. 8. 17
감독 : 시미즈 다카시
출연 : 야나기 유레이, 구리야마 치아키, 히토미 미와
가야코였던가요? <주온> 극장판에서 원귀가 이불 속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밀던 장면은 우리나라에선(일본에서는 어떤지 몰라서요) <링>의 TV 장면 만큼이나 유명합니다. 귀신의 얼굴이 앙드레 김 얼굴로 바뀌어있는 등의 패러디물도 있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영화의 만족도를 따져봤을 때 <주온> 극장판은 <링>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영화는 무서울 만하면 다른 장면으로 넘어가고 줄거리는 제대로 따라잡을 수 없었죠. 저는 그저 실소를 지을 뿐이었습니다. 뭐 이래!
극장판에 크게 실망했지만(오죽하면 <주온 2>는 쳐다보지도 않았겠습니까만) 여전히 비디오판에 대한 기대는 남아있었습니다. 비디오판이 오리지널인데다, 극장판보다 훨씬 무섭다는게 중론이었으니까요. 언제쯤 구해서 봐야 되겠다고 생각만 하던 중이었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여름도 다 지나간 마당에 케이블에서 방영을 해주데요.
<주온> 극장판을 먼저 본게 사실은 축복이었달까요. 영화에 대한 기대는 하고 있었습니다만 아주 큰 것은 아니었고, <주온>이라는 영화에 약간이나마 익숙해져 있었기에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기도 쉬웠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순서대로 줄거리를 정리하자면, 사에키 다케오와 사에키 가야코(후지 다카코)는 부부로, 사에키 가야코는 학창 시절부터 약간 기분나쁜 분위기를 풍기던 여자였습니다. 그녀는 나중에 토시오의 담임 선생이 되는 고바야시를 짝사랑해왔고, 그의 아이를 갖게 된 채 결혼하게 됩니다(고바야시도 모르게). 그 아이가 바로 토시오인거죠. 의처증을 가진 남편은 토시오를 학대하다가 결국 부인과 토시오를 모두 살해하고 맙니다. 이게 주원(呪怨)의 근원인 셈이죠. 조금 대담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파악한 것이 크게 틀리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토시오가 장기 결석하자 고바야시는 가정 방문을 하게 됩니다. 거기서 모든 사실을 알게 되고 가야코의 원귀에게 살해당합니다. 고바야시가 죽기 전, 사에키 다케오는 고바야시의 만삭인 아내를 살해하고 태아를 뱃속에서 꺼내버립니다만, 원귀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이 원귀는 아무래도 고바야시의 아내겠죠.
세월이 흘러 집은 깔끔하게 정비되고 이 집에 새로 들어온 칸나 가족이 저주의 희생자가 되는 것이 다음 일어난 일입니다. 츠요시와 노리코, 칸나, 츠요시의 여자친구인 미즈호까지 희생되고 나면, 집의 소유주인 부동산 업자가 고용한 영매 교코의 이야기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극장판에서는 사건을 맡게 된 형사의 이야기 등이 포함되어 길게 가지를 치지만 비디오판은 훨씬 간략합니다. 스페인판 dvd 버전의 러닝타임이 더 길다니, 늘어난 20분 속에 다른 에피소드가 포함되어 있을테지요.
개인적으로, <주온> 비디오판 역시 크게 무서운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일본어를 모르는 저로서는 팔백가면님이 지적한 이 영화의 싼티나 어색한 대사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었죠. 하지만 비디오판은 극장판보다는 훨씬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 무서울만하면 끊는 버릇은 똑같고, 가끔은 코미디같은데도 그렇습니다. 왜 그럴까, 아무리 생각해도, 저로서는 이 영화가 큰 야심 대신 소소한 흥미로 꽉 차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에로비디오 삘이 나는 화면은 작정하고 사람을 겁주려 했던 건 아닌 것 같아요. 쌍안경을 들고 남의 집을 엿보는 기분으로 고양이 울음 소리를 내는 남자애,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기분나쁜 여자, 어린 아이가 그린 괴상한 그림, 턱없는 여자(이것 하나만큼은 길이길이 기억에 남을 만 했습니다) 귀신, 어린 학생 역을 맡은 귀엽기 그지없는 쿠리야마 치아키와 청순한 요시유키 유미, 비닐봉지에서 기어나오는 시체를 감상하다보면 한 시간이 만족스러운 거죠. 딱 한 시간이.
부분의 합이 전체를 넘어선다고나 할까요. 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몇 개 따든 저는 이 영화를 고르겠습니다.
한쪽에서 토시오가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으면 반대쪽에서 영문을 모르고 토시오를 바라보는 사람 한 명.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꿈틀거리는 그 무엇. 주온을 그림으로 표현하려면 딱 이 한 장으로 표현될 것 같습니다.
사족: 영화를 보기 전 정말 기분 나쁜 일을 겪었습니다. 갑자기 밖에서 찢어지는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리더군요. 무슨 감창소리 같기도 하고, 싸우는 소리같기도 한게 10초, 20초 간격으로 계속 들리는데, 밖에 나가봐도 어디서 누가 지르는 소리인지 찾을 길이 없더군요. 참아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괜스런 죄책감까지 느껴지는데. 비오는 밤에다 여자의 비명소리라, 공포영화 관람 환경으로는 최적이랄 수 밖에. ㅡ.ㅡ;;
- 2004.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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