령(Ghost, 2004)
감독 : 김태경
출연 : 김하늘, 남상미, 신이, 빈, 류진, 이윤지, 김해숙, 최란, 기주봉
잘 못만들었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직접 보고 싶어서 일부러 지금껏 <령>과 관련된 글은 읽지 않았습니다. 이 게시판에도 주인장의 리뷰를 포함하여 몇개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제 글의 내용이 다른 분들이 쓰신 글과 비슷하다면 양해를. 아마 다른 분들도 이 영화에 대해 저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계시리라 짐작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중반부까지 그럭저럭 볼만합니다. 공포효과는 전형적인 깜짝놀래기에 기대고 있을 뿐입니다만, 주인공의 기억상실과 귀신의 정체 등등 쌓아놓은 미스테리가 많아서, 저 이야기가 과연 어떻게 풀려나갈까 계속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미경(신이)이 죽는 장면 이후로는 영화가 확 풀어져 버립니다. 후반부는 비논리적이며 설득력이 없습니다. 별로 무섭지도 않고요. 극장을 나오면서 새삼스럽게 대단하다고 혀를 찰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영화는 나카다 히데오의 몇몇 작품들을 정말 끈덕지게 빌려먹었더군요. <령>이 그 의도가 확실한 B무비라면 모르겠는데, 이 영화엔 눈꼽만큼도 B스러운데가 없습니다.
1. 우선 흰 옷을 입고 긴 머리로 얼굴을 가린 귀신은 더 말할 나위도 없는 <링> 이후의 유행이죠.
2. 게다가 <링>과 <령>은 거의 흡사한 서사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1)주인공 주변의 사람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목숨을 잃는다.
2)주인공에게도 위협이 다가오며 주인공은 과거의 사건과 관련된 어떤 장소를 찾는다.
3)주인공은 원혼의 시신을 발견하며 이를 위로한다. 사건은 끝난 것 같이 보인다.
4)그러나 원한은 풀리지 않는다.
3. 귀신은 물에 빠져 죽은(?) 나머지 물을 매개로 나타나며 귀신이 출몰하면 물이 흐른다는 설정은 <검은 물 밑에서>의 그것에서 따온 거겠죠.
4. 물에 빠져 죽은 시신이 멀쩡하다는 설정을 <령>은 과학적으로 어찌 설명해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게 말이 되느냐, 이것도 의문입니다만 <링>에서 써먹은 겁니다.
<령>은 철저한 모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마 이게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되진 않겠죠? 좀 코믹스럽지 않습니까? <링>도 <검은 물 밑에서>도 리메이크하고 그 모작도 리메이크하는 헐리우드라.
그래도 <령>에 가능성이 있었다면 그것은 지원(김하늘)과 수인(남상미)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달려 있었을 겁니다. 어릴 때는 그렇게 친하던 두 사람인데, 왜 지원은 수인을 그렇게 미워하며 괴롭히도록 되었는지.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이걸 제대로 설명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니까 인물들은 졸지에 사이코로 둔갑합니다. (영화에 따르면)어릴 때 같이 놀아줬다고 대학에 들어가서까지 따라다니며 해코지를 당하는 수인이라는 인물은 천하에 둘도 없는 변태입니다. 영화는 결국, 두 사람의 애증을 묘사하며 거기서 슬픔을 끌어내는 대신 지원을 천하의 새디스트, 악녀로 만들어버립니다. 심란하게, 영화가 졸지에 평면 TV처럼 되었잖아요. 인물들의 갈등 구조가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요. 80년대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주인공들입니다.
영화의 반전은 그나마 스릴이 있었습니다. 완전히 "내가 아직도 네 엄마로 보이니?"라는 옛날 괴담을 떠올리게 하잖아요. 그러나 앞서 말했듯 비논리적입니다. 반전을 위한 반전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걸까요.
1. 귀신이 아주머니들의 몸을 얼마나 쉽게 점령하는지 보세요. 그런데 막상 자기 몸으로는 들어가지 못하네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을까요? 몸 안팎으로 마음대로 왔다갔다 할 수 있으면서.
2. 같이 물에만 들어가면 영혼이 바뀌나요? 이 부분은 절대로! 설득력이 없습니다. 옛날 개그 프로그램처럼 벼락이라도 떨어진건가. 아니면, '네가 되고 싶어'서?
3. 김하늘은 과연 죽은 걸까요, 죽지 않은 걸까요? 영혼 체인지 한 다음 꼴까닥? 어색하지 않습니까.
<령>은 패러디 대상은 될지언정 리메이크 대상은 되지 못합니다. 걸작도 아니고, 크게 재미있는 것도 아니죠. 다만 영화를 보면서 이런 부분을 패러디했으면 재미있을 거라고 혼자 생각하곤 했습니다(분명히 사람인데 처음 볼땐 있다가 나중에 다시 볼땐 없어진단 말이죠). 그나저나 남상미 영화는 처음 보는데, 어딘가 풀어진듯한 인상입니다. 캐릭터 탓일까요. 유정 역의 전희주가 여기 나온 배우들 중에서 제일 괜찮아 보였는데. 기주봉씨는 실없는 형사역이고요. 생각해보니 그의 커리어에 걸맞지 않게 실없는 인물이네요. 빈은 좋았던게, 그녀의 속마음을 드러낼 때 보인 야비한 짝눈동자. 꿈에 나오면 무서울 겁니다.
김하늘은... 이 사람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게 아마 처음이지 싶은데, 확실히 예쁘긴 하네요. 그 이상은 모르겠어요.
- 2004. 7. 3
감독 : 김태경
출연 : 김하늘, 남상미, 신이, 빈, 류진, 이윤지, 김해숙, 최란, 기주봉
잘 못만들었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직접 보고 싶어서 일부러 지금껏 <령>과 관련된 글은 읽지 않았습니다. 이 게시판에도 주인장의 리뷰를 포함하여 몇개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제 글의 내용이 다른 분들이 쓰신 글과 비슷하다면 양해를. 아마 다른 분들도 이 영화에 대해 저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계시리라 짐작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중반부까지 그럭저럭 볼만합니다. 공포효과는 전형적인 깜짝놀래기에 기대고 있을 뿐입니다만, 주인공의 기억상실과 귀신의 정체 등등 쌓아놓은 미스테리가 많아서, 저 이야기가 과연 어떻게 풀려나갈까 계속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미경(신이)이 죽는 장면 이후로는 영화가 확 풀어져 버립니다. 후반부는 비논리적이며 설득력이 없습니다. 별로 무섭지도 않고요. 극장을 나오면서 새삼스럽게 대단하다고 혀를 찰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영화는 나카다 히데오의 몇몇 작품들을 정말 끈덕지게 빌려먹었더군요. <령>이 그 의도가 확실한 B무비라면 모르겠는데, 이 영화엔 눈꼽만큼도 B스러운데가 없습니다.
1. 우선 흰 옷을 입고 긴 머리로 얼굴을 가린 귀신은 더 말할 나위도 없는 <링> 이후의 유행이죠.
2. 게다가 <링>과 <령>은 거의 흡사한 서사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1)주인공 주변의 사람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목숨을 잃는다.
2)주인공에게도 위협이 다가오며 주인공은 과거의 사건과 관련된 어떤 장소를 찾는다.
3)주인공은 원혼의 시신을 발견하며 이를 위로한다. 사건은 끝난 것 같이 보인다.
4)그러나 원한은 풀리지 않는다.
3. 귀신은 물에 빠져 죽은(?) 나머지 물을 매개로 나타나며 귀신이 출몰하면 물이 흐른다는 설정은 <검은 물 밑에서>의 그것에서 따온 거겠죠.
4. 물에 빠져 죽은 시신이 멀쩡하다는 설정을 <령>은 과학적으로 어찌 설명해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게 말이 되느냐, 이것도 의문입니다만 <링>에서 써먹은 겁니다.
<령>은 철저한 모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마 이게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되진 않겠죠? 좀 코믹스럽지 않습니까? <링>도 <검은 물 밑에서>도 리메이크하고 그 모작도 리메이크하는 헐리우드라.
그래도 <령>에 가능성이 있었다면 그것은 지원(김하늘)과 수인(남상미)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달려 있었을 겁니다. 어릴 때는 그렇게 친하던 두 사람인데, 왜 지원은 수인을 그렇게 미워하며 괴롭히도록 되었는지.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이걸 제대로 설명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니까 인물들은 졸지에 사이코로 둔갑합니다. (영화에 따르면)어릴 때 같이 놀아줬다고 대학에 들어가서까지 따라다니며 해코지를 당하는 수인이라는 인물은 천하에 둘도 없는 변태입니다. 영화는 결국, 두 사람의 애증을 묘사하며 거기서 슬픔을 끌어내는 대신 지원을 천하의 새디스트, 악녀로 만들어버립니다. 심란하게, 영화가 졸지에 평면 TV처럼 되었잖아요. 인물들의 갈등 구조가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요. 80년대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주인공들입니다.
영화의 반전은 그나마 스릴이 있었습니다. 완전히 "내가 아직도 네 엄마로 보이니?"라는 옛날 괴담을 떠올리게 하잖아요. 그러나 앞서 말했듯 비논리적입니다. 반전을 위한 반전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걸까요.
1. 귀신이 아주머니들의 몸을 얼마나 쉽게 점령하는지 보세요. 그런데 막상 자기 몸으로는 들어가지 못하네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을까요? 몸 안팎으로 마음대로 왔다갔다 할 수 있으면서.
2. 같이 물에만 들어가면 영혼이 바뀌나요? 이 부분은 절대로! 설득력이 없습니다. 옛날 개그 프로그램처럼 벼락이라도 떨어진건가. 아니면, '네가 되고 싶어'서?
3. 김하늘은 과연 죽은 걸까요, 죽지 않은 걸까요? 영혼 체인지 한 다음 꼴까닥? 어색하지 않습니까.
<령>은 패러디 대상은 될지언정 리메이크 대상은 되지 못합니다. 걸작도 아니고, 크게 재미있는 것도 아니죠. 다만 영화를 보면서 이런 부분을 패러디했으면 재미있을 거라고 혼자 생각하곤 했습니다(분명히 사람인데 처음 볼땐 있다가 나중에 다시 볼땐 없어진단 말이죠). 그나저나 남상미 영화는 처음 보는데, 어딘가 풀어진듯한 인상입니다. 캐릭터 탓일까요. 유정 역의 전희주가 여기 나온 배우들 중에서 제일 괜찮아 보였는데. 기주봉씨는 실없는 형사역이고요. 생각해보니 그의 커리어에 걸맞지 않게 실없는 인물이네요. 빈은 좋았던게, 그녀의 속마음을 드러낼 때 보인 야비한 짝눈동자. 꿈에 나오면 무서울 겁니다.
김하늘은... 이 사람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게 아마 처음이지 싶은데, 확실히 예쁘긴 하네요. 그 이상은 모르겠어요.
- 2004. 7. 3
이올린에 북마크하기